도저히 맨정신으로 못봐서 관객들이 중도 포기한 이 한국영화

필더무비 2025.03.07 조회수

‘영화 TMI’ – 한국 컬트 영화의 전설인 ‘미지왕’

희대의 바람둥이 왕창한과 열살 연상의 재벌 외동딸 엄청난의 결혼식 날. 조촐히 치루기로 합의한 결혼식에 양가 친지를 비롯한 60여명의 하객이 자리를 잡고 신랑의 입장을 기다리는 순간, 결혼식의 주인공 왕창한이 나타나질 않는다. 조금 전까지도 하객들과 인사를 나우던 신랑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침 하객으로 온 두 경찰과 양가 가족의 협조로 신랑을 찾기 위한 긴급수사 본부가 설치되고 두 경찰은 신랑의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불러 신랑의 실종에 대한 수사를 전개한다. 증인들의 엇갈린 증언 속에서 왕창한의 성장배경과 여성편련등이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에도 신랑의 실종은 자발적 도피인지 타인의 의한 납치인지 조차도 갈피가 잡히질 않게 되는데…

1996년 영화로 신인감독인 김용태와 배우 조상기, 김현희, 임지선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를 표방한 작품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억원의 제작비가 투되었다. 하지만 당시 모집한 관객은 1만여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그도 그럴것이 완성된 영화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일반적인 영화의 전개를 기대하고 봤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이 상당하다. 등장인물들은 하나부터 둘까지 4차원 캐릭터들로 구성되었고, 전개는 중구난방으로 진행된다. 급기야 결혼식 하객에 두 경찰관이 있었고, 신랑이 실종되자 갑자기 긴급 수사 본부를 설치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등 이해 안가는 장면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런 와중에 과장된 코스프레에 가까운 분장을 한 캐릭터들이 출연하고,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제4의 벽을 이용한 연출이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모든게 산만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당시에 영화를 본 평론가, 기자, 관객들의 반응은 충격과 공포에 가깝다는 반응이었는데…지금와서 이 영화는 시대를 앞서간 한국형 컬트 코미디로 재평가 받고 있지만 지금봐도 영화의 산만한 구성과 전개가 어지럽게 다가올 정도다. 현재 이 영화는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수 있는 작품이지만 현재도 이 영화를 호기심에 보다가 맨정신으로 볼수 없다며 중도 포기한 이들이 많은 전설의 작품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용태 감독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연출한 이력이 있는 감독으로 해외 유학파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2분의 1’,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오마주한 장면이 상당하며, 연극에 쓰일법한 긱법을 차용한 대목이 인상적 이었다. 문제는 이를 너무 난잡한 방식으로 배치시켜서 산만하게 만들었던 점이다. 그로인해 이 영화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편 데뷔작이 되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왕창한역에 무려 3,477명의 지원자가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그러다 1위를 한 이는 현재도 배우로 활동중인 조상기였다. 당시 그는 미술학도로 개성 있는 마스크가 영화의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며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너무나 독특한 연기를 시종일관 선보이게 되는데, 영화는 망했지만 배우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이후 여러 작품의 러브콜을 받으며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알리게 되었다. 이후 ‘야인시대’에서 상하이 조로 출연했으며, ‘제5공화국’,’파스타’,’골든타임’,’미스코리아’,’고려 거란 전쟁’,’모텔 캘리포니아’ 등 여러 히트작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당시 무명이었던 스타들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다. 정웅인이 목에 깁스를 하는 왕창한의 친구로 출연했으며, 택시기사역에는 이문식, 수사관역에는 김홍파, 그리고 예능 ‘무한도전’에서 에어로빅 강사로 이름을 알린 염정인이 출연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대체 어떤 간 큰 제작사가 이 영화에 10억원을 투자했나 확인해 보니 그 유명한 태흥영화사였다. 바로 ‘장군의 아들’과 ‘서편제’로 90년대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영화사인데, 10억원의 흥행 실패는 당시 웬만한 영화사를 공중분해 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이전에 흥행한 작품들이 상당해서 영화가 실패해도 문제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