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양자 구광모를 파양하겠다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LG가(家)의 상속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 측은 2018년 회장님 별세 이후 하범종 LG 사장(경영지원부문장)이 상속 과정에서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범종 사장은 구본무 회장이 2018년 별세할 당시 LG 재무관리팀장을 역임했으며 상속재산 분할과 관련된 실무를 총괄한 당사자다.
김영식 여사 측 법적 자문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하범종은 당시 재무관리팀장으로 선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충직한 부하로 알고 있었다. 세 모녀가 인감도장까지 맡길 정도로 신뢰했고 당시 하범종 재무팀장이 ‘구본무 회장께서 양자 구광모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굳게 믿었던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여사측이 2022년 재산 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하범종 사장이 김 여사 명의의 예금 약 55억 원을 무단으로 인출했고 김 여사 명의의 주식에 담보를 설정해 구광모의 상속세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고 주장했다.
김영식 여사 측이 제공한 녹취파일(2022년 5월)에는 김영식 여사가 하범종 사장에게 상속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 모녀 측은 2018년 상속재산분할협의 당시(하범종이 주장한 유언장 존재 및 내용에 관한 발언을 기초로) 지분 대부분을 구광모에게 넘기는 대신 모든 현금성 재산은 자신들에게 상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엘지 재무관리팀은 세 모녀 몰래 약 700억 원에 해당하는 예금을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하고, 장녀 구연경에겐 0원, 차녀 구연수에겐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예금만을 상속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녹취 파일에는 하범종 사장이 “이건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라며 “지금 돌아가는 시스템이 온전하게 합법적으로 되어온 것들은 아니니까… 사실은 저희가 상속세도 탈루를 하고 증여세를 탈루를 하고….”라며 사안이 불거지면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김 여사를 압박하는 멘트도 담겨 있었다.
최근 하 사장은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날 구본능 회장과 하 사장이 함께 고 구회장의 개인 금고를 열고 내용물을 가져갔다는 형사고발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2022년 6월 30일 “저는 금고 근처에도 안 가고 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냥 다 두고 왔습니다. 금고도 저라고 불편하지 않았겠습니까. 분란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말씀 안 드린 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금고 손괴 당시 단지 망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 사장이 받는 혐의 중엔 위증죄도 있다. 하범종 사장은 세 모녀에서 유언장이 있고 거기에 모든 지분을 구광모에 상속하라는 내용이 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법률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이 아니고 유지가 담긴 서면에 고 구본무 회장이 자필서명을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법정에서는 업무상 관행에 따라 파기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하범종 사장 측은 “김여사 측 주장은 근거 없는 일방적인 것으로 지난 민사소송에서 모두 소명했다”고 답했다.
한편 하범종 사장은 2019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2년 만인 2021년 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부턴 겸직 재경팀장을 떼고 경영지원부문장으로만 활동하며 구광모 회장, 권봉석 부회장과 함께 LG의 사내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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