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실내, 누군가가 양손으로 카펫 끝을 붙잡고 천천히 끌어갑니다. 바닥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이동하는 카펫 위에는, 왕관과 망토를 걸친 강아지 한 마리가 꼿꼿이 앉아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무언가 장엄한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강아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확히 중심을 잡은 채,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킵니다. 눈은 앞을 응시하고, 귀는 편안하게 눕혀져 있으며, 턱은 살짝 들린 채 위엄을 유지합니다. 머리 위의 왕관은 조심스럽게 얹혀 있고, 망토는 등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습니다. 작은 체구지만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대단합니다.
마치 “내가 이 집의 진짜 주인이다”라고 말하는 듯이요.

카펫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강아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장면. 장난 같지만 이상하게 설득력 있는, 고요하고 유쾌한 위엄이 느껴집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우리 집에도 이런 왕 한 마리 있다”며 유쾌하게 공감했습니다. 강아지를 왕처럼 모시는 일, 반려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일이죠. 밥 챙기기, 산책 시중들기, 잠자리 내어주기까지—우리는 흔쾌히 충성하는 집사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쩌면 사랑이란 건 이런 게 아닐까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무언가를 끌고, 내어주고, 웃으며 지켜보는 일.
지금 여러분 곁에도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왕’이 있지 않나요?
혹은, 여러분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지도요.
진짜 왕관은 금도, 보석도 아니에요.
서로의 마음 안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해’라고 느끼는 그 순간,
그게 바로 왕의 자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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