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놓인 부드러운 털신발 한 짝.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실내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조용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주인의 손가락이 신발 안쪽을 톡톡 두드립니다. 처음엔 별다른 반응이 없는 듯 보이지만, 몇 번 더 두드리자 그 안에서 무언가가 ‘스윽’—하고 움직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톡톡. 마침내 신발 속에서 작은 얼굴 하나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그랗고 약간 뾰로통한 고양이의 얼굴입니다. 마치 “지금, 날 부른 거 맞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죠.

고양이는 완전히 나오지 않습니다. 얼굴만 빼꼼 내밀고, 눈을 꿈벵이처럼 깜빡이며 바깥을 응시합니다. 몸은 여전히 신발 안에 쏙 들어가 있고, 눈빛엔 약간의 당황과 졸림, 그리고 ‘왜 또 깨운 거야’ 하는 듯한 귀찮음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의 장난에 대응하듯, 조심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신발 안으로 쏙 들어가려는 그 모습. 전혀 말은 없지만, 이 짧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고양이의 감정이 생생히 전해집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반응합니다. “저 신발, 고양이 전용 맞네.” “실내화가 아니라 실내묘였어.” 단순히 귀엽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 고양이의 반응은 말 없는 유머와 따뜻한 매력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자, 가방, 담요 사이, 그리고 오늘은 털신발 안. 단지 조용하고 포근해서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그 작고 깊은 공간이 주는 안전함 때문일까요?

혹시 여러분의 반려동물도 그런 장소를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늘 찾는 작은 담요 한 귀퉁이, 누군가 벗어놓은 후드 속, 택배 상자 뚜껑 아래 같은 곳 말이에요. 우리는 그냥 물건이라 여겼지만,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은신처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고양이는 단지 숨은 게 아니라 ‘이 자리는 제 거예요’라는 말 없는 선언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빼꼼히 얼굴을 보여준 뒤 다시 들어간 그 짧은 순간 속엔 작고 단단한 존재의 귀여운 고집과 애정이 담겨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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