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에 친구모임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버스 타고 서울을 평일에 구경한다고요.
친구가 완전히 깜짝 놀라면서 그게 가능하냐고.
해서 제가 아주 가끔 했다고 말했죠.
2.
평일에 한가롭게 그럴 수 있냐는 뜻이었는데요.
생각해보니 제가 백수라는 걸 밝히지 않았네요.
정확한 직업이 없으니 백수이긴 하니까요.
작년 여름 정도에 하고 안 했는데요.
3.
오늘 비 온다고 하여 버스에서 창밖을 보려 했는데..
비가 오지 않고 날이 맑아 고민하긴 했는데요.
마음을 먹었으니 그냥 했습니다.
버스가 아닌 자동차로 해도 되지 않겠냐하지만요.
4.
제가 운전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요.
운전하면서 밖을 여유롭게 보기는 힘들잖아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갈아타서 시내로 갔습니다.
맨 뒤에 앉는 걸 선호하는 데 맨 앞에 앉았습니다.
5.
맨 앞에서 넓은 창문으로 보는 게 좋다는 걸 들어서요.
그 자리가 꽤 치열한데 버스가 텅비워서 없더라고요.
앉아서 조금 가다 원래대로 맨 뒤로 갔습니다.
앉아 그런지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더라고요.
6.
맨 뒤에 앉아 옆도 보고, 저 앞도 보고.
버스가 중심지 근처로 가니 꽤 많이 타더라고요.
대략 중심 정도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 했는데요.
쭈우욱 타고 가다보니 옆에 있는 분이 의식되더라고요.
7.
딱히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 내리면 내려야지..하면서.
중심지에 가면 내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젊은 여성이었거든요.
제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가서 계속 내리질 않더라고요.
내리면 내리려고 했는데 제 예상보다 훨씬 멀리 갑니다.
8.
그때부터 상대방은 모르는 저 혼자만의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 내릴 때 내린다고 말이죠.
의외로 제가 버스를 탄지 1시간은 되었는데도 안 내립니다.
이렇게까지 멀리 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9.
그냥 속으로 내가 졌다..하면서 내려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는데요.
그래도 괜히 질 수 없다며 버티고 있었는데요.
내릴까 말까 고민하며 망설이며 몇 정거장을 가는데 드디어!
치사하게 버스가 선 후에 급하게 내리더라고요.
10.
그렇게 급하게 내리는 데 쫓아 가는 듯한 분위기가 나잖아요.
얼떨결에 그냥 두 정거장을 더 간 후에 내렸습니다.
올 때는 중간에 내려 1시간 정도 걸어 집으로 왔네요.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버스 타기도 그렇네요.
다음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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