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후기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주인공인 작품으로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원래 이 작품은 2022년 방영한 국내 토종 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였지만, 넷플릭스로 판권이 넘겨지게 되면서 현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되었다. 배경이 독특하지만 웨이브 방영 당시 큰 호평과 높은 시청 회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해외 OTT에서도 흥행해 큰 화제를 불러왔다. 덕분에 시즌 2의 제작이 넷플릭스를 통해 진행되었다.

기본 설정과 줄거리만 봤을 때 이전에 소개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을 연상시킬 것이다. 흥미롭게 두 작품은 각각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학교를 배경으로 약해 보이는 인물이 반전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설정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스터디그룹’이 사실상 ‘힘을 숨기는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약간의 과장미를 가미해 유쾌하고 힙한 작품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했다면, ‘약한영웅 Class 1′(‘약한영웅’)은 우등생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주인공 연시은이 주변의 도구와 기지를 발휘해 현실적인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자가 진짜 만화적 재미를 가져다줬다면, 후자는 누아르 드라마에 가까운 현실적이면서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약한영웅’이 다루는 학원 액션은 ‘스터디그룹’과 달리 묵직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어쩔 때는 통쾌한 사이다성 쾌감을 불러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즐길수 없는 폭력에 가까운 느낌을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약한영웅’을 다보고 나면 폭력의 씁쓸한 현실과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냉정하게 보여준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이 작품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한준희 감독의 ‘D.P.’시리즈의 여운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두 작품 만큼 음울함의 강도는 아니니 편하게 보시길 권한다.)

‘약한영웅’은 액션의 볼거리와 여운을 통해 학교 폭력이 일상이 된 현실 풍자를 강렬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 가운데 연시은이 한번의 일탈적 폭력으로 인해 더 큰 위협을 단계별로 맞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친구와 새로운 적을 만나며 고비를 넘기는 에피소드별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도장 깨기 형식의 전개처럼 보이지만 이는 고등학교에서 마주하게 되는 미묘한 서열 싸움과 그 안에 담겨진 학교폭력의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한 장면들이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느끼는 심리를 다루는 드라마도 입체적으로 묘사해 그 정서에 동화되게 만든다.

부모와의 미묘한 관계로 공부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연시은은 단순한 우등생이라기 보다는 성장통의 아픔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 십대들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이에비해 사실상 전교 싸움짱이지만 이를 권력으로 쓰지 않고 모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있는 안수호(최현욱), 전학온 학교에서 당한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한채 살아가는 오범석 등 모두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과 상징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이야기와 드라마는 이 작품만의 깊은 여운과 정서를 만들어 내며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결된다. 결국 사회의 잘못된 현실을 배우며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 이에 저항하는 이들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또다른 군상의 충돌을 통해 ‘약한영웅’은 해결할수 없는 학교 사회의 이면을 의미심장하게 다루며 이러한 현실을 무심하게 보고있는 우리를 향해 경종을 울리려 한다.

대사와 감정표현이 거의없는 주인공 연시은을 밀도있게 표현한 박지훈의 신인답지 않은 연기는 가히 압권이며 그는 이 작품을 통해 2023년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여기에 멋진 액션 연기를 보여준 최현욱의 열연과 홍경의 불안한 심리 연기도 가히 압권이어서 세 남자 배우가 선사하는 열연은 이 작품의 완성도에 정점을 찍어냈다. 높은 완성도와 깊이있는 연출, 강렬한 여운을 담아낸 ‘약한영웅’은 최근 넷플릭스로 이적하면서 글로벌 순위에서 ‘폭싹 속았수다’를 밀어내고 흥행에 성공해 변함없는 명작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새로운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이 드라마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약한영웅 Class 1’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며, ‘약한영웅 Class 2’는 오는 4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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