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얇은 종이가 덧대어진 나무문. 군데군데 찢겨진 종이는 이미 여러 차례 누군가의 흔적을 겪은 듯 엉성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화면은 조용히 그 문을 바라보며 시작되는데, 한가운데에서 뭔가 작고 뾰족한 게 움직입니다. 고양이의 입입니다. 처음부터 고양이의 얼굴 전체가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그저 입만, 나무 부분을 톡— 하고 물고 있을 뿐이죠.

이빨로 톡톡, 조심스럽게 나무를 당기고, 그 주변 종이는 조금 더 찢어집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고양이는 얼굴 전체를 그 구멍으로 들이밀지 않습니다. 작업을 하던 그 틈이 아닌, 옆쪽 조금 더 헐거운 종이 틈에서—슬쩍, 정말 아무렇지 않게 고개만 내밉니다.

몸은 보이지 않고, 다가오는 동작도 없이—그냥 고개만. 조용히, 아무런 소리 없이.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말수는 적지만 미소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나올 필요는 없고, 그냥 살짝 보기만 하겠다는 자세”, “집사가 뭐하나 감시하러 온 듯한 시선”, “몸은 숨기고 감정만 내민 느낌… 너무 고양이다”라는 말들이 이어졌죠. 확실하게 뭘 하지 않아도, 그냥 고개만 내민 것만으로도 그 존재는 공간을 바꿨습니다.

그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일상의 작은 순간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바쁘고 분주한 하루 속에서, 누구도 완전히 나서진 않지만—살짝 얼굴을 내밀어, 존재를 드러내는 일. 말 한마디 없이도, 눈빛 한 번으로도 마음이 건네지는 그런 장면 말이에요.

고양이는 그저 ‘툭’ 하고 고개를 내밀었을 뿐이지만, 그 조용한 행동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꼭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꼭 움직임이 크지 않아도. 가끔은 조용한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충분한 순간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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