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최근 신선한 채소의 표면에 다양한 종류의 ‘이로운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신선 채소 섭취를 통해 이들이 장내로 옮겨지고, 전체적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더욱 조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신선 채소 섭취와 ‘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vir-ome)’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 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자연적인 환경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집합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미생물계의 일부분이다.
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김민수 교수 연구팀은 제주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박은진 교수 연구팀,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진아 교수 연구팀과 함께 신선 채소의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의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신선 채소의 표면에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이들 중 약 90%는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이들 대부분이 미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이야기했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일반적으로 인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세균을 표적으로 하여 파괴하는 역할을 하며, 자연적인 환경 내에서 세균의 수를 조절함으로써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인간의 체내 환경을 기준으로 본다면 ‘선별적 항생제’의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신선 채소 섭취와 장 건강
정리하자면, 신선 채소 섭취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장내 유익균이나 섬유질, 기타 영양소 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들이 함께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유익균과 함께 자연스레 장내 환경에 자리잡게 되며,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김민수 교수는 “우리가 신선한 샐러드 한 접시를 먹을 때, 약 80억 개의 바이러스를 함께 섭취하게 된다”라며 “신선 채소에서 유래한 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주요 구성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즉, 신선 채소 섭취를 꾸준히 반복하는 방향으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장내에 든든한 우군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유익한 바이러스들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정착하게 되며, 장내 미생물들의 개체 수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해준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위한 중요 단서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식단과 장의 연계(The food-gut axis)’ 개념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형성 및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상식을 다시 한 번 강조해주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신선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라는 건강 조언이 단순히 영양소 공급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은 음식물의 소화, 영양소 흡수 및 신진대사, 면역 기능 유지 등 전반적인 건강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보통 유익균과 유해균의 적절한 비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유익균과 유해균 외에도 훨씬 폭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미세한 바이러스의 영역까지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와 지역선도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다학제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10일(목)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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