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항공·철도 사고조사 체계가 조직적·기능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8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현행 사고조사 시스템이 사고 원인을 낳을 수 있는 정책 당국이 직접 사고를 조사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2024년 12월 29일) 이후에도 조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에 실패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토교통부 내에 사고조사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당국 안에 조사 조직을 둔 것 자체가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위원회는 상임위원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비상임으로 구성돼 있어 책임성과 연속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특히 문제는 상임위원 2명이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철도국장이라는 점이다. 정책 집행자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구조는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조사위원회는 필요 시 국토부장관에게 인력·장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 조사기관이 피조사기관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도 여전하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조사기관이 정부 부처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의회의 동의를 거쳐 위원을 임명하는 제도적 장치로, 정부의 일방적인 인사 개입을 차단하고 조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부가 항공·철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동시에 사고조사까지 맡고 있어, 정책 실패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책임 회피나 자기합리화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조사기구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과 함께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부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와 조사관의 장기 근속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실·국장의 위원회 참여를 배제하고, 조사관 중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사고조사의 핵심은 행정 효율성이 아니라, 정책 책임자와는 분리된 위치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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