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건강과 미생물의 관계를 주제로 할 때는, ‘장내 미생물’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인체 내 미생물은 장 외에도 여러 곳에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구강, 즉 입속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건강에 영향을 받듯이, 입속 미생물 역시 마찬가지다. 식단과 구강 미생물군, 그리고 질환 위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본다.
식단의 질과 구강 미생물군
미국 버팔로 대학에서는 올해 초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식단과 입속 미생물군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해 그 결과를 「영양학 저널(The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했다. 연구의 핵심 내용은 소위 ‘건강 식단’을 따르는 사람일수록 구강 내 유해한 미생물군이 더 적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175명의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식단 관련 설문을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건강 식생활 지수 2020(Healthy Eating Index 2020, HEI-2020)’ 점수를 산출했다. HEI-2020은 미국 농무부(USDA)와 보건복지부(HHS)에서 개발한 지표로, 식생활이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한지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구강 미생물의 ‘구성’과 ‘다양성’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HEI-2020 점수와 구강 미생물군 사이의 연관성이다. 장내 미생물에서도 그랬듯, 체내 미생물군의 상태를 평가하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전체적인 구성’ 측면이다. 이는 전체 미생물군의 구성을 봤을 때 유익한 미생물과 유해한 미생물이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다양성’ 측면이다. 유익한 미생물이 충분히 존재하더라도, 그들이 특정 종류 위주로 돼 있는지, 다양한 종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HEI-2020 점수가 비슷한 수준이라도 전체 식단에서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하면 구강 미생물군이 더 다양해지는 식이다.
즉, 전체적인 HEI-2020 점수가 높다고 해도 구강 미생물군의 다양성 면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HEI-2020 점수는 총 1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항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구강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식단과 구강 미생물, 질환의 관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통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섭취하며, 특정 영양소 한두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함께 같은 메뉴를 먹더라도 메뉴별 구체적인 섭취량은 달라질 수 있으며, 개인의 현재 상태 등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전반적인 식단의 질’에 집중하는 관점을 택했다.
연구 결과, 식단의 질은 구강 미생물군 구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치주 질환 발생 위험과 연관된다. 또한, 치주 질환이 있는 경우는 암, 심혈관 질환, 염증성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주 질환과 염증성 질환이 ‘인과관계’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즉 식단의 질이 좋지 않을 경우 염증성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맞다.
따라서, 식단의 질과 구강 미생물군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면, 식단과 치주 질환의 관계, 더 나아가 치주 질환과 염증성 질환 사이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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