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를 굽기 전 후추를 솔솔 뿌리는 습관,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긴다. 고기의 잡내를 잡고 풍미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이 조리 방식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후추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 고열과 만나면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습관으로 여겼던 이 조리법이, 실제로 암 위험을 14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말은 생각보다 무겁다.

후추 속 ‘피페린’과 고온의 만남
후추에 함유된 피페린(piperine)은 고기나 음식의 풍미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향신 성분이다. 하지만 이 피페린이 고온에서 고기의 단백질과 반응하면서 유해 화합물인 N-니트로소 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 특히 생고기 상태에서 후추를 미리 뿌린 후 굽는 방식은, 단백질 변성과 함께 발암물질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물 실험 결과에서는 이러한 조리 방식이 간암과 대장암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는 데이터도 보고된 바 있다.

그릴이나 숯불에서의 조리는 더 위험
일반 가스불보다 온도가 높은 숯불이나 그릴에서 고기를 굽는 경우, 후추가 타면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나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같은 발암물질도 함께 생성된다. 이들 화합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만큼 그 위험성이 명확히 입증돼 있다.
특히 후추를 뿌린 고기를 숯불에서 바로 굽는 경우, 이런 발암물질의 형성 농도는 평소보다 5~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기를 태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리 전 양념 방식 자체를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후추는 조리 후 뿌리는 게 안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후추 자체가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후추는 항산화 효과와 항염작용 등 다양한 건강 기능성을 지닌 향신료다. 문제는 ‘언제’ 넣느냐에 있다. 고기를 굽기 전 생고기에 뿌리는 대신, 조리가 끝난 후 마지막에 뿌리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최근 식품안전처와 관련 기관들도 후추나 마늘 같은 향신료는 가열 전보다 조리 후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작은 습관’의 변화
생고기 조리에 후추를 넣는 일은 오랜 시간 축적된 식습관이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습관 자체도 점검이 필요하다. 단순한 조미 단계의 변경만으로도 중대한 건강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기 섭취가 잦은 현대인의 식단 속에서는 이런 사소한 조리 방식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암 예방이나 위장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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