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보호자 있어도 ‘내가 돌봐야 한다’면 휴직 가능
사업주 거부권도 법률로 제한…‘눈치 보지 않는 돌봄’ 기대

직장인 박 모(38)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장기간 입원하게 되자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어머니(박 씨의 아내)도 있으니 박 씨가 쉴 필요는 없다”고 요청을 반려했다. 박 씨는 결국 연차를 쪼개 쓰며 병원과 직장을 오가야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동구)은 24일, 근로자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직을 신청할 때 실제 돌봄 책임을 지는 사람의 상황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에 머물던 사업주의 가족돌봄휴직 거부 사유를 법률로 상향하고, 그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가족 중 다른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휴직을 막을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돌봄은 종종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 쏠리는 현실이 있다”며 “이제는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돌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제도는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동계에 따르면 가족돌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업무 공백’ 등을 이유로 거부하거나, 신청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분위기가 여전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근로자는 더 이상 ‘눈치’를 보며 휴직을 신청하지 않아도 되고, 사업주는 법률상 정해진 사유 외에는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김 의원은 “일하는 부모, 자녀를 돌보는 직장인 누구나 돌봄을 이유로 위축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법안은 그런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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