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상 위 ‘짠 나물’, 건강엔 독이 될 수 있어요
된장국, 김치, 나물. 한국인의 일상적인 식탁에는 짭짤한 반찬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금치나 고사리처럼 데쳐서 양념한 나물 반찬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로 인기가 높죠.
하지만 이 ‘짠 나물’이 매일 밥상에 오를 경우, 오히려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나물 자체는 건강한 채소지만, 문제는 양념에 들어가는 간장, 된장, 소금 같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조미료입니다. 게다가 한 번 조리된 나물은 한두 끼가 아닌 며칠 동안 먹는 경우가 많아, 그 사이 나트륨 섭취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습관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짠맛’은 습관입니다
우리는 종종 “입에 맞게 간을 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입맛’은 사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결과일 뿐입니다. 짠 음식을 자주 먹으면 미각 수용체가 자극에 무뎌지고, 이전보다 더 짠 맛을 느껴야 만족하게 됩니다.
이런 미각 변화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짠맛에 익숙해진 식습관은 혈압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되죠. 특히 나물 반찬처럼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음식은 경계심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자주, 더 많이 섭취하게 됩니다. “나물 먹으니 괜찮아”라는 생각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하루 나트륨 권장량, 이미 초과하고 있을지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 이하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이 기준을 훨씬 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의 하루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약 3,500mg.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짠 국이나 나물 반찬 섭취 비율이 높아 과잉 섭취 위험이 더욱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시금치나물 1인분(50g) 기준 나트륨 함량은 약 400mg, 된장으로 무친 고사리나물은 500mg 이상입니다.
여기에 김치, 국, 찌개까지 더해지면 아침 한 끼만으로도 나트륨 1,000mg 이상을 섭취하게 되는 셈입니다. 즉, 세 끼를 모두 전통 한식 위주로 먹는다면 별다른 간식을 먹지 않아도 하루 권장량을 쉽게 초과하게 되는 것이죠.

짠 나물 줄이는 건강한 식탁 습관
1. 데친 후 맹물에 헹구기: 채소를 데친 뒤 맹물에 헹구면 염분이 일부 빠져나갑니다. 된장이나 간장을 넣기 전 반드시 거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합니다.
2. 소금 대신 향신료와 참기름 활용: 들깨가루,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을 이용해 맛을 내면 소금을 줄이면서도 충분한 풍미를 낼 수 있습니다.
3. 간은 최대한 마지막에 약하게: 양념을 초기에 넣으면 짠맛이 배어들어 조절이 어렵습니다. 되도록이면 무쳐낼 때 간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일주일에 3번 이하로 제한하기: 짠 나물 반찬은 매일 먹기보다는 일주일에 2~3회 정도로 횟수를 줄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5. 1인분씩 나눠 조리하거나 냉동 보관: 한 번에 많이 만들어 오래 먹는 습관은 나트륨 축적의 지름길입니다. 소분해서 먹고, 가능한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다고 믿었던 것이 언제나 몸에 좋은 건 아닐 수 있습니다. ‘건강한 반찬’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짠맛의 함정을 지나치지 마세요. 입맛은 바꿀 수 있고, 식탁은 얼마든지 건강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짠 나물, 한두 번 쉬어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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