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재선충병, 소나무 쇠퇴하는 자연스런 현상…그냥 놔둬야”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90만 그루…산림 곳곳에 방치돼 ‘시한폭탄’
불난 대구 함지산 소나무 더미 6천곳…”방제사업 할수록 산불 취약”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벌목하고 쌓아둔 ‘소나무 더미’가 전국 산림 곳곳에 있어 산불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2023년 5월∼2024년 4월 파악된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량은 90만 그루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본 나무는 수분·양분 이동통로가 막혀 고사한다. 따로 치료 약이 없고 곤충을 통해 병이 옮겨진다.
산림 당국은 매년 대대적인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나무를 처리하는 방식은 산림 내에 중장비를 들일 수 있는 길인 임도가 있냐 없냐에 따라 다르다.
임도가 있을 경우 소나무를 벤 후 중장비를 이용해 산림 밖으로 빼내 파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베어낸 소나무를 더미로 쌓아 천을 덮은 후 약품 처리하는 훈증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처리한 소나무 더미는 중장비로 옮길 수 없어 산림 내에 그대로 두게 된다.

문제는 산불이 나게 되면 훈증 방식으로 처리한 소나무 더미들이 불의 규모를 키우는 골칫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불씨가 오래 남아 있어 주불 진화 완료 후에도 언제든지 불길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이를 완전히 끄기 위해서는 더미를 무너뜨리고 물을 부어야 해 잔불 정리 작업이 까다롭다.
최근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했던 산불도 소나무 더미가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구에 따르면 함지산 산불영향구역(310㏊)에만 이러한 소나무 더미가 약 6천곳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발화한 함지산 산림에서는 불에 탄 소나무 더미가 곳곳에서 발견돼 불길이 되살아난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산림을 활엽수림 위주로 가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림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림으로 발달하도록 놔두는 게 좋다”며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가 쇠퇴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활엽수림이 조성되면 숲의 온도가 낮아지고 습도는 높아져 산불 피해가 적어진다”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을 하게 되면 점점 더 숲이 산불에 취약해지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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