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2024년, 국내외 대표 차량 9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정부 주도의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2024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대상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로 각각 3종씩 총 9개 차종이며, 이 중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의 신형 전기차 ‘EV3’, 메르세데스-벤츠 ‘E200’, 볼보의 준중형 세단 ‘S60’이 최고 안전 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
이번 KNCAP 평가는 충돌 안전성, 보행자 보호 성능, 사고 예방 기술 등 세 가지 항목에서 종합적으로 차량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올해는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처음으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항목이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해당 항목의 신설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자동차 안전 평가 항목에 BMS를 포함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기아 EV3가 우수한 점수를 획득하며 1등급으로 선정됐지만, 테슬라 모델Y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다. 충돌 및 보행자 안전성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사고 예방 부문에서는 20점 만점 중 9.9점에 그쳐 최종 등급이 4등급으로 하향됐다.
이는 KNCAP의 종합 등급 산정 방식이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모델Y는 후방 접근 차량을 감지하고 자동 제동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BMS 평가에서도 차이는 두드러졌다. EV3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은 각각 2등급을 받은 반면, 모델Y는 이 항목에서도 4등급에 머물렀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종합 등급에서 3등급을 받으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는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충돌 안전성과 사고 예방 부문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등급을 차지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로 2등급에 머물렀다.
내연기관 부문에서는 벤츠 E200이 압도적인 점수로 1등급을 받았으며, GLB250은 3등급, 지프 랭글러는 세 항목 모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전체 9개 차종 중 유일하게 5등급이라는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러한 평가 결과를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공식 전달하고, 국민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해 자발적인 안전 투자와 기술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안전도 평가 시스템은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제조사에게는 실질적인 개발 기준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성적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단지 브랜드 명성과 가격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도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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