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효자’ 후기

이훈국 감독의 2022년 영화 ‘효자’는 잊고 지냈던 ‘효’라는 가치를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장르 변주를 통해 스크린에 되살렸다. 좀비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가족 드라마에 접목, 웃음과 감동 그리고 씁쓸한 현실까지 담아내었다.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우리 사회의 가족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개봉 당시 2,000여명에 불과한 관객수를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는데,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영화 분야 3위를 기록하는 등 재평가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어머니가 좀비가 되어 돌아온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태풍으로 묘가 훼손되어 시신이 사라진 후,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엄마(연운경)를 맞이하는 다섯 형제의 모습은 당혹스러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기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좀비가 된 어머니에게 생전 못 다한 효도를 하겠다는 형제들의 결심은 코믹한 상황들을 연출하면서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효자’는 좀비라는 장르적 클리셰를 비틀어,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탐색한다. 좀비가 된 어머니는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오히려 이러한 설정은 가족 구성원들의 숨겨진 욕망과 갈등을 드러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유산 상속 문제, 과거의 오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 등, 불협화음 속에서 가족들은 점차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숨기고 있다. 좀비가 된 어머니를 통해, 우리는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과, ‘효’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어머니가 스스로 희생하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과 함께, 가족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다소 과장된 설정과 예측 가능한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의 균형이 완벽하지 않아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아무래도 저예산 독립영화의 특성상 디테일한 묘사에 한계가 드러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효자’는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설정,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좀비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도는 신선하며, 웃음과 감동, 그리고 씁쓸한 현실을 균형 있게 담아낸 점은 인상적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관객, 혹은 색다른 코미디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평점:★★★

효자 감독 출연 전운종,안민영,엄주연,정지연,이현웅,김민식,김필,나미희,문호진,이관호,김나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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