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밀렸다”… 영국서 1위한 한국 SUV, 이 차만 팔리는 이유

래디언스리포트 2025.05.12 조회수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2025년 4월,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반전이 일어났다.

독일차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SUV 시장에서 한국차가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다. 놀라운 주인공은 기아의 중형 SUV, 스포티지였다. BMW와 폭스바겐을 제치고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유럽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가 5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포티지는 지난 4월 한 달간 총 3,514대가 판매되며 전체 차량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월간 1위로, 같은 기간 판매량 기준으로도 포드 푸마에 이어 누적 2위(1~4월 총 16,380대)를 차지했다. 특히 BMW X1, 폭스바겐 티구안, 닛산 캐시카이 등 유력 SUV들을 모두 앞질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포티지의 선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파워트레인 전략이 유럽 소비자에게 정확히 통했다.

전기차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하이브리드를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전체 판매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전동화 옵션도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BBC TopGear, Auto Express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스포티지를 “균형 잡힌 전천후 SUV”로 평가하며, 실내 디자인과 구성, 기술 사양 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영국의 대표 자동차 평가 플랫폼 ‘What Car?’는 스포티지를 ‘올해의 패밀리 SUV’로 3년 연속 선정하며 “운전의 즐거움과 실용성, 가격까지 균형 잡힌 SUV”라고 극찬했다.

BMW보다 저렴하고, 프리미엄은 그대로

영국 현지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스포티지는 유럽 시장 전용으로 설계된 모델로, 한국형보다 다소 작고 세련된 디자인과 정밀한 마감이 적용됐다.

주요 트림은 ‘2’, ‘GT-Line’, ‘3’, ‘GT-Line S’ 등 4가지로 구성되며, 기본 트림 가격은 약 30,000파운드(한화 약 5,2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주력 고객층은 30~50대 중산층 가족 단위로, 높은 연비, 낮은 유지비, 공간 효율성을 모두 중시한다.

트림 구성의 차별화도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소비자들은 특히 ‘3’와 ‘GT-Line S’ 같은 중상급 트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당 트림에는 12.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디지털 키, 지문 인증 시스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첨단 편의 장비가 포함되며, 디자인과 실내 마감에서도 고급 브랜드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경쟁차들과의 비교에서도 스포티지는 강한 존재감을 보인다. BMW X1은 기본가가 38,000파운드(한화 약 6,600만 원)에 육박하며, 유사한 옵션 구성을 하려면 가격이 급상승한다.

폭스바겐 티구안 역시 중상급 트림 기준으로 35,000파운드 수준으로, 스포티지와 비교해 가격은 높지만 실내 사양이나 유지비 측면에서는 상대적 열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연비와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영국 시장 특성상, 스포티지의 ‘합리적 프리미엄’ 포지셔닝은 유효했다.

한국보다 더 나은 해외 모델? 국내 소비자도 주목

스포티지가 유럽에서 이처럼 호평을 받자, 한국 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영국 사양을 역수입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국 모델에는 프리미엄 인테리어, 차별화된 휠 디자인, 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 국내 모델보다 더 풍부한 사양이 적용돼 있다. 반면 국내 기본 트림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실내 마감이나 옵션 구성이 다소 단조롭다는 지적도 있다.

“싸고 질 낮은 차”라는 인식은 이미 옛말이 됐다. 스포티지를 비롯한 한국차는 이제 유럽 시장에서 ‘믿고 살 수 있는 합리적 고급차’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기아는 2025년 3월 기준으로 영국 내 전체 기아 판매량의 39%를 스포티지가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인기가 아니라, 브랜드 중심 모델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증거다.

기아는 향후 유럽 전용 모델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디자인, 품질, 합리성을 모두 잡은 전략이 통하면서 ‘한국차는 유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기사 요약

스포티지, 4월 영국 전체 자동차 판매 1위 (3,514대)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 60% 이상… 전기차 대안 부상

유럽 맞춤형 디자인과 첨단 사양으로 소비자 만족도↑

BMW X1·폭스바겐 티구안 대비 가성비 우위 확보

‘What Car?’ 올해의 패밀리 SUV 3년 연속 수상

영국 내 기아 전체 판매의 39% 차지한 대표 모델

고급 옵션 탑재로 역수입 요구까지 제기

기아, 유럽 전용 전략 확대와 브랜드 고급화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