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 좋은 어느 집 거실, 아기가 기저귀 바지를 입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뒤엔 묘하게 처연한 존재가 하나 따라다닙니다. 바로 고양이. 그것도 단순히 ‘따라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기의 바짓자락을 앞발로 꼭 붙잡은 채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고양이는 바지를 붙잡고 바닥에 납작하게 누운 상태 그대로, 아기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딸려가고 있었습니다. 모양새만 보면 마치 “넌 내 감시 범위 안에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심지어 가끔씩 아기가 멈추면 고양이도 멈추고, 다시 기어가기 시작하면 고양이도 또 끌려가기 시작합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의지였습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아기의 옷자락은 점점 쭈글쭈글해지고, 고양이의 표정엔 묘한 단념과 책임감이 공존해 있었습니다. 눈은 살짝 풀린 듯하지만, 앞발은 끝까지 바지를 놓지 않고 있었어요. ‘아, 내가 이 집 아기 돌보미지…’ 하고 자각한 듯한 기묘한 체념이 느껴지는 자세였죠.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고양이: ‘출근은 했지만, 하기 싫다’”, “저 정도면 인생을 다 내려놓은 표정인데?”, “아기가 반려묘 끌고 다니는 신개념 유모차ㅋㅋ”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상황극을 더해갔습니다. 어떤 이는 “진짜 저러고 있으면서도 절대 발톱 안 세우는 거 보면 아기를 아끼긴 하나 봐”라는 따뜻한 감상도 남겼죠.

우리는 때때로 뭔가를 지키기 위해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할 때가 있죠. 불편하고,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여도, 그 마음만큼은 단단한. 고양이는 말없이 그렇게 아기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움직임은 조금 불편했지만, 마음은 전보다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르죠.

혹시 여러분도 요즘 누군가를 놓치고 싶지 않아, 억지스럽게라도 곁을 지키고 있진 않으신가요? 때로는 ‘끌려가는 사랑’도 충분히 진심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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