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박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성은 ‘심방세동’과 같은 불규칙 심박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남녀 심장 건강의 관리 포인트까지 짚어보도록 한다.
남녀 심장의 유전적 차이
기존 연구 및 통계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안정 시 심박수(Resting Heart Rate)’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1분당 심장이 뛰는 횟수가 몇 회 정도 더 빠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다만 알려져 있기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심장 크기가 더 작다는 것, 여성 호르몬이 심장 활동 및 자율신경계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등이 꼽힌다.
반면,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심방세동(AFib)’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 이는 연령을 비롯해 심방세동과 관련된 여러 위험 인자를 고려해 보정한 결과다. 이 역시도 복합적인 요인들이 지목되는데, 심장의 구조 차이, 심방의 크기나 형태 차이,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방식 차이 등이 거론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산하 웩스너 메디컬 센터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는 성별에 따른 유전자 차이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정리해 미국심장협회(AHA)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에 게재했다.

심장의 페이스메이커 ‘동방결절’
연구팀은 연구 목적의 장기 기증을 통해 확보한 심장을 조사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심장 내 구조 중 하나인 ‘동방결절(Sinoatrial node, SAN)’이다. 심장 내에서 자연적인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굴심방결절이라고도 불린다. 심장의 오른쪽 윗부분, 우심방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
동방결절은 심장 박동을 시작하게 하는 전기 신호를 자율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심장 전체의 박동 리듬과 속도를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로 불린다. 이때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가 동방결절의 작동 방식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더 빠른 심장 박동을 촉진하는 두 가지 핵심 유전자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염증과 콜라겐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더 활발한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심장의 전기적 신호 전달이 방해될 우려가 더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녀 심장 건강을 서로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심박수와 관련된 문제를 치료함에 있어 개인 맞춤형 의료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
남녀 심장 건강, 관리 포인트는?
이는 남녀 심장 건강 관리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성의 경우 정기적인 검진 시점에 맞춰 심장 건강을 체크하고 위험 징후는 없는지를 체크할 것을 권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대표적 유형이다. 즉,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익히 알려진 심장 건강 위험 인자들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흡연은 심방세동의 주요 위험인자로 꼽히며, 과도한 음주를 자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도 심방세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낮에 자주 졸린 증상을 경험한다면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여성의 경우 안정 시 심박수가 비교적 빠르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위험 인자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완경기가 지난 뒤에는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남성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심장 마비 또는 협심증 징후가 있을 때 소화불량, 피로감, 숨가쁨과 같은 비정형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평상시 위와 같은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심장 문제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정신건강은 심장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물론, 남녀 심장 건강에 있어 유전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건강 문제에는 후천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거주환경, 생활습관, 그 외 다른 질환 등에 의해 심장 건강 영향 또는 질환 위험 등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는 이러한 요인들 위에 ‘거들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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