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물건을 주문한 국내 소비자들이 허위배송 피해를 잇따라 호소하고 있다. 고압세척기를 주문했더니 정체불명의 점토가 왔다는 사례부터, 제품 사진만 인쇄된 종이가 배달된 경우까지, 기상천외한 오배송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초 알리에서 고압세척기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제품 대신 A4 용지 한 장을 받았다. 용지에는 고압세척기 사진이 프린트돼 있었을 뿐, 실제 제품은 없었다.
이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 취재진이 지난달 24일 동일 제품을 주문한 결과, 이달 13일 도착한 물품은 용도조차 알 수 없는 물건이었다. 외형상 중국어로 ‘충진용 점토’라고 표기돼 있었고,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문제를 확인하고자 판매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당 페이지는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알리 고객센터 측은 “판매자가 영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특히 해당 제품은 이미 다수의 피해 사례가 보고된 ‘문제의 상품’이었다. 지난 3월, 같은 제품을 구매한 추성필(39)씨는 “포장 박스 안에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 한 장만 들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보고 구매했다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유튜브 댓글에는 “고압세척기를 2천~3천원에 사려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알리에서 사진만 오는 건 이제 고전적인 사기 수법”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그래도 ‘Choice 라벨’이 붙은 상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제품 설명과 상이한 물건이 도착할 경우 반품·환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선 “판매자 자체가 사라지면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라는 불신이 깊다.
그럼에도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000억원을 투자한 알리는 올해 상반기 중 신셰계 그룹과 손을 잡고 국내 물류센터 설립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오배송 문제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불거지며, 소비자 신뢰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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