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공식품이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첨가물이나 색소, 방부제 등을 사용하는 산업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들을 통칭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편리하다. 게다가 사람들의 입맛을 연구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체로 맛있다. 문제는 건강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 섭취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20일 에 발표한 내용은 초가공식품 연구 방법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초가공식품 연구 방법의 필요성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초가공식품은 음식의 특정 성분만을 추출해 농축시키거나 인위적으로 만든 다른 성분과 조합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첨가물, 색소 등은 매우 다양한데, 그 각각의 영향을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가공식품 섭취 현황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보통 당사자의 식단 기록 또는 설문지 형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먹는 초가공식품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그 식품에 어떤 첨가물이 사용됐는지 알기는 더더욱 어렵다.
즉,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성분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관적인 방법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초가공식품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혈액, 소변 샘플 분자 단위 분석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팀은 체내 생체 지표를 통해 초가공식품 연구에 접근하고자 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생체 지표 측정법은 혈액과 소변이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량에 따라 혈액과 소변의 성분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사체학(Metabolomics)’ 기법을 활용해 혈액과 소변 샘플을 분석했다.
대사체학 기법은 유전체학, 전사체학과 같은 ‘시스템 생물학’의 한 분야로,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무수한 분자 단위 대사체를 대규모로 연구하는 분야다. 즉, 혈액이나 소변 샘플 속에 존재하는 모든 미세 분자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초가공식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특정 분자 패턴’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식품에 사용하는 첨가물, 그리고 산업 공정에 따른 가공 과정에서 생겨나는 물질과 관련된 분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초가공식품을 소화 및 대사하는 과정에서 몸 안에 독특한 ‘흔적’이 남는다고 보았다. 이 흔적은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은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해도, 건강관리 목적으로 필요할 경우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의 의의
이번 연구의 성과는 건강관리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굳이 개인에게 구체적인 설문을 받지 않아도, 초가공식품을 얼마나 섭취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가공식품 연구 과정에서 여러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각각의 성분 단위로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데도 훌륭한 기반이 된다. 세부 단위로 검출된 분자 중에는 식품 첨가물은 물론 가공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 어떤 물질은 본래 해롭지만 특정 가공을 통해 유해성이 줄어들거나 제거될 수 있으며,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종류 및 양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주제에 대한 연구 가능성을 열어준다.
마지막으로,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그에 따른 영향을 정확하게 연결지을 수 있다면, 건강상태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건강 관리 조언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떤 식으로든 몸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초가공식품이라는 비교적 큰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그것에 사용되는 미량의 물질들까지 검출해낼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비록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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