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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호조치 받던 여성, 결국 피살… “국가는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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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신고하고도, 결국 피살됐다. 피해 여성이 믿었던 국가는 끝내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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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난 12일, 경기 화성 동탄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사건 전 이미 세 차례 경찰에 신고를 한 상태였다.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통한 연락 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와 함께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지만, 참사는 막지 못했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가 머무르던 지인의 숙소까지 찾아가 납치했고, 끝내 그녀의 생명을 앗아갔다.

경찰은 사건 직후 “스마트워치가 가방 안에 있어 신고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앞선 두 번의 신고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은 사건 한 달 전 무려 600쪽에 달하는 고소 보충 자료를 제출하며, “보복이 두렵다”며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또한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사전 구속영장 신청에 필요한 서류 준비 등 후속 조치는 10여 일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한 생명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사건 중 피해자나 주변인이 이미 경찰에 신고했거나 보호조치 중이었던 경우가 **114건(17.5%)**에 달했다. 보호망 안에 있어도 살해당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3년 한 해 동안 가정폭력으로 접수된 112 신고는 23만 건이 넘었지만, 이 중 입건된 사건은 약 15,000건(19%), 구속된 경우는 578건, 1%도 되지 않는다. 경찰의 긴급임시조치 비율은 14%, 법원이 내린 ‘유치장 유치’ 결정은 225건에 불과하다. 응급 상황에서 체포가 이뤄졌는지 여부조차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다.

가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는 부족했고, 피해자에게는 숨으라고, 조심하라고만 했다. 국가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겼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악화됐다.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구호 아래 여성폭력 대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사건이 발생한 동탄을 지역구로 둔 이준석 후보는 사건 이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과거에는 “젠더폭력을 페미니즘과 엮는다”며 관련 논의를 ‘갈등’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공약하며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명령 강화 등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구체적 계획보다는 기존 정책의 반복에 그쳤다. 성차별이라는 폭력의 근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 이상 피해자만 조심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피해자는 이미 모든 것을 했다. 국가만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여성살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에 대한 위협이며, 국가의 책임이다.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사회, 가해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회는 더 이상 ‘정상’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감 표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과 구조적 대책, 그리고 정치의 책임 있는 응답이다. 피해자의 죽음 위에 쌓이는 통계가 또 한 줄 늘어나기 전에,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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