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치볶음은 왜 ‘짠맛 폭탄’이 되었나
멸치볶음은 오랫동안 밥상의 단골 반찬이었습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멸치에 달짝지근한 양념이 더해지면,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죠. 하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멸치볶음에는 ‘짠맛’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멸치볶음은 간장, 설탕, 물엿, 조미료 등을 사용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나트륨 함량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특히 단단한 멸치에 간이 잘 배지 않기 때문에 양념을 반복해서 붓고 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겉으로는 단맛이 강해 짠 줄 모르고 먹지만, 실제로는 짜디짠 반찬이 되는 셈입니다.
시판 멸치볶음의 나트륨 함량을 보면, 1숟가락만 먹어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20~3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다른 반찬, 국, 찌개까지 더해지면 나트륨 과다 섭취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나트륨 과다가 신장을 망가뜨리는 이유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이 나트륨을 배출하기 위해 신장이 과로하게 됩니다. 처음엔 아무 증상이 없다가도, 지속적으로 나트륨이 쌓이면 혈압이 상승하고 신장 기능이 점점 손상됩니다.
특히 고혈압은 만성신장병(CKD)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멸치볶음처럼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으면 혈관 내 삼투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증가하며 신장은 계속해서 높은 압력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세포는 손상되고, 점점 기능을 잃게 됩니다.
더 문제는 신장은 손상돼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기에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기 때문에 신장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적으로 짠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신장병에 걸릴 확률이 최대 3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단백질보다 더 무서운 건 조미된 양념
멸치 자체는 건강에 좋은 식품입니다.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골다공증이 우려되는 노년층에게도 도움이 되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멸치 자체가 아니라, ‘양념’입니다.
간장, 설탕, 물엿, 조미료로 만든 멸치볶음 양념은 맛을 내기 위해 계속해서 끓이고 졸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트륨뿐 아니라 설탕과 포화지방이 늘어나게 됩니다. 조리 시간에 따라 멸치 속 칼슘 흡수율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멸치볶음은 대개 ‘밑반찬’으로 만들어 며칠씩 먹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볶음 멸치는 딱딱해져 다시 가열하거나 기름을 더해 조리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도 나트륨이 농축되기 쉽습니다. 멸치 자체의 이점은 사라지고, 고나트륨·고당분 반찬이 되어 신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장 건강을 지키는 멸치볶음 습관 4가지
멸치볶음을 완전히 끊지 않더라도, 조리 방법과 섭취 습관을 조금 바꾸면 신장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래 4가지 실천법을 참고해보세요.
1. 멸치는 데친 후 조리하기
끓는 물에 한 번 데치면 멸치 표면의 나트륨과 비린내 성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2. 양념은 최소한으로, 간장은 저염 간장 사용하기
짠맛이 강하지 않은 저염 간장을 쓰고, 설탕이나 물엿 사용도 줄이면 좋습니다.
3. 기름보다는 물을 활용한 볶음으로 조리하기
기름에 볶는 대신 물을 살짝 부어 조리하면 나트륨 농축을 막을 수 있습니다.
4. 소량만 만들어 2~3일 안에 섭취하기
장기 보관하지 않고, 그때그때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조리 습관만으로도 멸치볶음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양보다 ‘질’입니다. 무심코 먹는 밑반찬 하나가 내 몸속 장기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오늘 저녁 식탁에서는 ‘덜 짠 멸치볶음’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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