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3가 그렇게 잘 나가? 그 가격이면 3대”… 생태계 파괴 전기 세단 등장

래디언스리포트 2025.05.23 조회수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기아자동차가 EV3로 ‘보급형 전기 세단’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예상치 못한 돌풍이 불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그 돈이면 세 대도 산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중국 BYD(비야디)의 중형 전기 세단 ‘e7’은 가격과 상품성 면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5월 17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중형 전기 세단 ‘e7’을 공식 출시했다. 이 차량은 현지 가격 기준 103,800~115,800위안(약 1,400만~1,600만 원)에 판매되며, CLTC 기준 최대 52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차량 크기 또한 쏘나타급 중형 세단과 맞먹는 수준으로, 가격 대비 가치에서 시장을 흔들 잠재력을 지닌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 EV3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이며, 스탠다드 모델 기준 실구매가는 약 3,995만 원부터 시작된다. 반면, BYD e7은 중국 현지에서 약 1,400만~1,600만 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어, EV3 한 대 가격이면 e7을 두 대 이상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의 기준을 뒤흔들 만한 전략적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다.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BYD e7의 실체

e7은 BYD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를 탑재해, 안정성과 긴 수명을 모두 확보했다. 48kWh와 57.6kWh 두 가지 용량의 LFP 배터리를 제공하며, 각각 450km와 520km의 주행거리를 지원한다. 이 정도 주행거리는 EV3의 롱레인지 모델과도 유사한 수준이며, 가격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차체는 전장 4,780mm, 휠베이스 2,820mm로, 현대 쏘나타(전장 4,910mm, 축거 2,840mm)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반면 EV3는 소형 SUV로서 전장 약 4,300mm, 휠베이스 2,680mm에 불과하다. 즉, EV3가 실용성과 디자인 중심이라면, BYD e7은 넉넉한 실내 공간과 중형급 체급을 강조한 전략형 모델이다.

e7은 내부 구성에서도 결코 저렴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15.6인치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와 5인치 LCD 계기판, 플랫 하단 스티어링 휠을 포함해, 파노라마 선루프와 528L의 넓은 트렁크 공간도 탑재됐다. 이는 일반적인 1천만원대 차량에서는 보기 어려운 사양이다.

운행 성능 면에서도 e7은 실용적인 균형을 지향한다. 100kW 전륜 구동 모터(약 134마력)는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운행에 충분한 출력을 제공하며, 최고속도는 150km/h로 한국 도로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기아 EV3, 예상치 못한 경쟁자 등장에 긴장?

기아 EV3는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 모델로, 현대차그룹이 제시하는 ‘합리적 전기차’의 대표주자다. EV3는 58.3kWh 또는 81.4kWh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및 롱레인지 모델로 구성되며, WLTP 기준 최대 5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YD e7이 등장하면서, EV3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적 스펙만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동일한 주행거리,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 이 ‘극단적 가격 차이’는 EV3의 포지션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BYD는 이미 한국에서 전기버스 및 전기트럭 등 상용차를 통해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승용차 시장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인증, 관세, 물류비 등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e7은 2천만 원 초반대에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EV3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저가 EV 시장, 진짜 전기차 대중화의 시대 올까?

한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 속에서 BYD e7은 ‘가격의 벽’을 넘어선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젊은 세대, 다가구 운송, 택시 및 라이드셰어링 기업 등은 실용성과 유지비용을 중시하는 만큼, e7의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값이 싸니까 품질도 낮다”는 고정관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BYD e7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뒤엎고, ‘가치의 재정의’를 선언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배터리의 안전성, 장거리 주행 능력, 실내 편의 사양까지 갖춘 이 차량은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기아 EV3가 앞서가는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이라면, BYD e7은 가성비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대중형 전략’의 결정판이다. 그리고 이 충돌은 한국 전기차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