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코카인 1.7톤이 대한민국 해역에서 밀반입될 뻔한 대형 사건이 기상악화 덕분에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마약조직이 해상을 통해 국내에 들여오려 했던 마약은 바다 날씨가 나빠 접선에 실패했고, 이후 정밀 수색에 나선 세관과 해경에 덜미를 잡혔다. 하늘이 도운 셈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28일, 지난 4월 강릉 옥계항에 입항한 화물선 L호에서 적발한 국내 최대 규모의 코카인 밀반입 사건과 관련한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압수된 코카인은 총 1,690개 블록(총 중량 1,690kg, 포장 포함 1,988.67kg)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 약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이다.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선원 8명을 밀수 혐의로 특정,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으며 나머지 4명은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선박 L호는 지난 2월 페루 앞바다에서 ‘닌자’로 불리는 마약조직원들과 접선해 마약을 실은 뒤, 동아시아 해역에서 ‘드랍 앤 픽업’ 방식으로 마약을 해상에 투기하고 이를 회수해 전달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로 실패했다. 마지막 시도였던 옥계항 인근 해상 하역까지 차질을 빚으며, 철저한 사전 대비에 나섰던 관세청과 해경에 의해 계획이 무산됐다.
관세청과 해경은 미국 FBI,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L호에 대량의 마약이 은닉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입항 당일 마약탐지견과 9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선박을 정밀 수색했다. 이후 구성된 47명 규모의 합동수사단은 선원 전수조사, 디지털 포렌식, 지문·DNA 감식 등을 통해 범행 가담자를 특정했다.
합동수사단장 신경진 총경은 “이번 사건은 국제 마약카르텔이 대한민국 해역을 새로운 통로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앞으로도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해상 마약범죄에 더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확보된 GPS 경로, DNA 자료 등을 미국 마약단속청(DEA),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 인터폴 등과 공유하며, 관련 국제 조직 추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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