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전기차 전환에 고전하던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2025년부터 3천만 원대의 새로운 보급형 전기차 ID.2 시리즈를 시장에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저가형 전기차 전략을 본격화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독일 현지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ID.2’라는 이름의 엔트리급 모델을 2025년 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공개된 ‘ID.2all’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되며, 시작가는 2만7천 달러(한화 약 3,790만 원)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승용차 CEO는 “ID.2는 기술력과 디자인에서 폭스바겐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ID.2는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긴 휠베이스와 효율적 공간 설계를 통해 내부 공간을 최대한 넓힌 것이 특징이다.
ID.2all 콘셉트는 폴로보다 작지만 골프 수준의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50km까지 주행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ID.2 SUV 버전은 오는 2025년 9월 뮌헨 모터쇼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며, 고성능 GTI 모델도 동시 개발 중이다. 폭스바겐은 현재 ID.4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 SUV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보다 저렴한 ID.2 시리즈를 통해 판매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ID. 시리즈 명칭 폐기… 전통 모델명으로 회귀 선언
이와 함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전용 네이밍으로 사용해온 ‘ID.’ 접두어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명칭을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ID.’ 시리즈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출시될 ID.2는 ‘폴로 EV’, ID.1은 ‘루포’, ‘업!’, ‘폭스’ 등의 과거 명칭을 부활시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익숙한 모델명을 통해 전기차의 대중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브랜드 이사회 멤버 마틴 샌더는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산 모델은 전통적인 차명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폭스바겐만의 변화는 아니다. 벤츠는 전기차 브랜드 ‘EQ’를 통합 폐지하며 ‘EQS’와 ‘EQE’를 기존 ‘S클래스’와 ‘E클래스’로 병합할 계획이며, BMW 역시 ‘iX3’ 등과 같은 ‘i’ 시리즈의 네이밍 혼용으로 인한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ID. Every1, 더 저렴한 모델로 대중 전기차 시장 정조준
폭스바겐은 ID.2에 이어 한 단계 더 저렴한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인 ‘ID. Every1’을 2027년 출시할 계획이다. ID. Every1 콘셉트카는 지난 5월 6일 최초 공개됐으며, 완전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250km로 설계되었다. 가격은 2만 유로(한화 약 3,130만 원) 미만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ID. Every1은 MEB 엔트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륜구동 방식이며, 차체 크기는 폭스바겐 폴로와 유사하지만 내부 공간은 훨씬 넓다. 실내에는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콤팩트한 디지털 계기판이 탑재되어 있으며, 4인 탑승에 트렁크 용량은 305리터로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외관은 박시한 해치백 스타일을 기반으로 3D LED 그래픽의 헤드램프, 일체형 블랙 그릴, 빛나는 엠블럼 등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적용됐다. 단일 모터 시스템으로 최고 95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전기차 가격 전쟁, 국산차 업체에 미칠 영향은
폭스바겐이 잇따라 저가형 전기 SUV와 해치백을 출시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3천만 원대 SUV는 국산 준중형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과 직접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되며,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의 상품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기아의 ‘EV’ 시리즈처럼 전기차 정체성을 네이밍으로 유지하는 브랜드도 있는 반면, 폭스바겐처럼 기존 명칭을 활용한 전통적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제조사들도 브랜드 네이밍 전략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30종 출시도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글로벌 전략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입지 구축에 무게를 둔 접근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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