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제네시스가 ‘처음’을 걸었던 전기 SUV가 있다. 출시 당시만 해도 야심 찬 도전처럼 보였던 그 모델은, 그러나 이젠 조용히 외면받고 있다. 차는 분명 ‘좋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데, 판매 성적표는 그 반대로 말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GV60 [사진 = 제네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5/CP-2025-0024/image-98eeb98b-0669-4c57-8edf-936c569b78f9.png)
2025년 5월 말 기준, 제네시스 GV60의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은 단 171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써 GV60은 사실상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첫 전용 전기차’의 현실
GV60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 SUV로, 2021년 처음 시장에 데뷔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으로 개발되어, 내연기관 모델과의 파생이 아닌 ‘전기차만을 위한 차’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 고급 내장재, 첨단 편의사양 등 프리미엄 전기차의 조건을 두루 갖췄고, 2025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84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481km 주행거리까지 확보했다. 실내에는 27인치 통합형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고, 정숙성과 승차감, 감성 사운드까지 모두 고도화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잘 만든 차’가 시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GV60 [사진 = 제네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5/CP-2025-0024/image-a8be8b6e-9e76-4ca3-b4be-5ccfd9ad6b36.png)
가장 큰 걸림돌, 가격과 보조금의 이중 압박
GV60이 판매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격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다. GV60의 시작 가격은 6,490만원.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5,700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국고 보조금을 절반만 받을 수 있다.
실제로 GV60의 실구매가는 6,200만 원 이상에 형성되며, 같은 플랫폼을 쓰는 아이오닉 5나 EV6에 비해 최대 1,400만원 이상 비싸다. 소비자 입장에서 GV60이 가진 ‘프리미엄 요소’가 이 가격 차이를 상쇄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 돈이면 아이오닉 5 풀옵션을 사고도 돈이 남는다”는 인식이 퍼지며, GV60은 ‘애매한 가격대의 프리미엄 SUV’라는 인식을 피하지 못했다.
![GV60 [사진 = 제네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5/CP-2025-0024/image-dbfcef6e-95e3-4e98-aca5-66a40274e219.png)
GV70도 아닌, 아이오닉도 아닌… 포지셔닝의 모순
GV60은 SUV이면서도 비교적 작은 차체를 갖춘 ‘준중형급 CUV’이다. 크기로 보면 GV70보다 작고, 가격으로 보면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받는 형제차보다 훨씬 비싸다.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G80 전동화 모델보다는 낮게 평가된다.
이처럼 GV60은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서의 정체성도 애매하고, 전기차 시장 전체에서도 확실한 포지셔닝을 점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첫 전용 전기 SUV’라는 상징성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부드러운 디자인, 날카로운 반응… 대중성과의 거리감
GV60의 디자인은 분명 ‘미래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레스트 그릴을 과감히 줄이고, 유려한 곡선 중심의 차체는 기술적 선진성과 감성적 요소를 함께 담아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이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했다. 기존 제네시스 SUV의 중후하고 단단한 인상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기존 고객층에게는 ‘가볍고 작아 보인다’는 반응도 많았다.
특히 GV60의 독특한 외장 색상이나 실내 컬러 조합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에게는 신선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주력 소비층인 40~50대에게는 이질감으로 다가왔다는 분석도 있다.
![GV60 [사진 = 제네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5/CP-2025-0024/image-c7ee3468-aa13-4e6c-aef3-6b0f9ea601aa.png)
품질은 충분한데, 시장 흐름과 엇박자
페이스리프트 GV60은 기술적으로 많은 개선을 이뤘다. 전비(전기 소비 효율)와 주행 성능은 물론, 전자식 서스펜션,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페이스 커넥트(얼굴 인식 개폐 시스템) 등 독자적 기술력이 돋보인다. 콘텐츠 스트리밍 기능,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등 고급 편의 사양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 전기차’보다는 ‘가성비 중심의 합리적 EV’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GV60이 가진 상품성은 오히려 그 흐름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주목받지 못한 고성능… 마그마의 등장 가능성?
GV60은 퍼포먼스 AWD 모델 기준으로 0→100km/h 가속을 단 4초에 끊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성능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전기차에서의 ‘펀 드라이빙’ 자체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GV60 마그마(Magma)와 같은 고성능 서브 브랜드의 등장이 GV60의 정체성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성능을 명확히 강조하고, 디자인도 차별화함으로써 현재 GV60이 가진 애매한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GV60 [사진 = 제네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5/CP-2025-0024/image-51bef766-9e45-42e5-a7b6-1f0f42034371.png)
실구매자들 사이 반응은? “좋은데, 비쌀 이유를 못 느끼겠다”
자동차 커뮤니티와 전기차 관련 카페에서는 GV60에 대해 “차는 분명히 좋은데, 그 가격을 낼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다수다. 한 전기차 오너는 “내장재나 정숙성은 확실히 고급스러운데, 형제차인 아이오닉 5보다 1,000만원 이상 비쌀 만큼의 차이냐 하면 글쎄”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GV60 실내는 예쁘고 고급스럽지만, 실내 공간은 GV70보다 작고, GV70 전동화 모델보다도 덜 넓다. 가격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며 “제네시스가 브랜드 프리미엄만 너무 강조한 느낌”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든 2025년 시장 상황에서 실구매가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소비자들은 GV60의 포지셔닝을 두고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테슬라 모델 Y보다 비싸고, 아이오닉 5보다 작은데, 대체 누구를 위한 차냐”는 반응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GV60은 왜 실패했을까? 아니, 아직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GV60의 현재 성적은 분명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그 원인이 단순히 제품력 부족이나 가격 문제만은 아니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에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부재,
그리고 전기차 소비자의 우선 순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과도기다. ‘럭셔리’와 ‘실용’ 사이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GV60은 그런 시장 변화의 한복판에서 탄생했고, 아직 실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사 요약
GV60, 2025년 1~4월 누적 판매 171대로 부진
보조금 차등 정책과 가격 부담이 실구매의 장벽
플랫폼 공유 차종 대비 차별성이 체감되지 않음
디자인·차체 크기에서 소비자와 간극 존재
기술력과 고급 사양은 충분하나 시장 흐름과 엇박자
마그마와 같은 고성능 브랜드가 방향 전환 열쇠 될 수도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략 전체와 맞물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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