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그룹의 향후 5~10년을 좌우할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금융환경의 급변과 규제 강화,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범농협 금융그룹’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농협금융은 지난 5월 29일, 본사에서 이재호 전략기획부문 부사장 주재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 착수 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전략 수립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컨설팅에는 PwC컨설팅, EY컨설팅, 삼일회계법인 등 국내외 3대 컨설팅사가 공동 참여해 3분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농협의 이번 전략 수립의 핵심 방향은 ▲핵심 금융사업 경쟁력 강화 ▲비은행 부문 수익성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비은행 강화와 디지털 전략 고도화가 주요 축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농협금융은 은행 외에도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나, 여전히 수익 대부분이 은행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컨설팅을 통해 생보·손보 등 보험부문의 수익모델을 정비하고, 증권·운용 부문에서는 IB 및 대체투자 강화 전략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컨설팅에서는 디지털금융 전략의 전사적 재정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이미 마이데이터·간편결제·디지털 자산 등에서 시도해왔지만, 플랫폼 차원에서 통합된 전략 체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계열사 간 디지털 역량을 하나로 묶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전략 방향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농협의 정체성을 살린 ESG 금융과 애그테크(농업기술)와의 융합 모델, 지방금융 활성화와 연계한 정책금융 전략 고도화 역시 이번 컨설팅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 전략에는 자본 규제 강화에 따른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도 포함돼 있다. 글로벌 금융권은 바젤Ⅲ 최종 시행을 앞두고 있고, 국내도 이에 발맞춰 스트레스 테스트와 내부자본적정성 평가 제도(ICAAP) 등 고도화를 요구받고 있다. 농협금융 역시 위험조정 수익률(RAROC) 기반의 자본배분 체계 수립과 위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수립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컨설팅 주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지주 중심의 통합 전략’과 그룹 시너지 극대화다. 농협은 특수한 지배구조(중앙회-지주-계열사)로 인해 내부 자원의 효율적 연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전략에서는 범농협 차원의 전략 수립 체계 구축, 전략기획 기능의 집중화, 정보 및 데이터 플랫폼 통합 등의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
이재호 부사장은 “실행력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고객 중심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농협금융이 이번 컨설팅을 계기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 ‘포지셔닝 재정립’과 ‘조직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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