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의 도시 타이난은 현대적인 도시들과는 다른, 고즈넉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긴 역사를 간직한 골목과 낮은 건물들, 담벼락 하나에도 세월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이 도시는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보다는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여행이 더 어울립니다. 이번 타이난 여행에서는 대만 공공 자전거 시스템인 **유바이크(YouBike)**를 대여해 하루 동안 타이난 구시가지와 근교를 여유롭게 누벼보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 유바이크 대여는 어떻게 하나요?
대만에서는 타이베이를 비롯해 타이난, 가오슝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유바이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타이난에서도 중심가를 기준으로 주요 관광지 인근에 유바이크 정류소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짧은 거리 이동에는 정말 유용하죠.
이용 방법도 간단합니다. 먼저 스마트폰에 [YouBike 2.0] 앱을 설치한 후, 이지카드(EasyCard) 또는 iPASS 교통카드를 등록하면 바로 대여가 가능합니다. 대여는 자전거 거치대에 카드를 찍는 것으로 시작되고, 반납도 정류소에 자전거를 다시 거치하고 카드를 찍으면 종료됩니다. 요금은 30분 기준 약 5~10 대만달러, 한화로 천 원도 안 되는 금액이라 부담도 없습니다.
참고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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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앱에서 여권 번호로 회원가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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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류소는 1.0과 2.0 버전이 혼재되어 있으니, 앱에서 2.0 전용 자전거 위치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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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QR코드가 붙어 있어 앱으로도 쉽게 대여 가능
🟠 유바이크 타고 타이난 골목 여행 시작
자전거를 대여한 첫 목적지는 **신농가(神農街)**였습니다. 타이난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로, 낮에는 조용한 갤러리와 노포가, 밤에는 조용한 바와 가게들로 생기가 도는 골목입니다. 유바이크를 타고 좁은 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신농가 인근에는 자전거 정류소가 여럿 있어 자전거를 반납한 후 천천히 골목을 걸으며 가게들을 둘러봤습니다. 오래된 약국을 개조한 찻집, 수제 과자를 파는 가게, 디자인 소품이 가득한 편집숍까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들이 많았습니다.
🟢 공자묘에서 츠칸러우까지, 타이난의 고전적 매력
자전거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타이난 공자묘(台南孔子廟) 주변은 역사적인 분위기가 짙은 곳입니다. 실제로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공자묘로 알려져 있으며, 주변에는 공자와 유교 정신을 주제로 한 박물관과 전통상점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공자묘에서 가까운 **츠칸러우(赤崁樓)**도 유바이크로 이동하기 좋은 거리입니다. 츠칸러우는 네덜란드 식민 시절 건축된 역사적인 건축물로,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일본식, 중국식 건축양식이 혼재된 독특한 모습이 인상적이죠. 건물 뒤편에 있는 정원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잠시 쉬어가기에도 적절했습니다.
🔵 타이난은 자전거 친화 도시?
유바이크를 타다 보면 타이난이 자전거에 꽤나 친화적인 도시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요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 차선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부 구간에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사용하는 넓은 보도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자전거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어서, 위협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교차로마다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 별도로 설치된 곳이 많아 처음 대만에서 자전거를 타보는 여행자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구시가지 일부 구간은 도로 폭이 좁고 오토바이도 함께 달리기 때문에 초보자는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 바닷바람 맞으며 안핑구까지
유바이크의 진가는 도심을 넘어설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저는 늦은 오후 즈음에 **안핑구(安平區)**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타이난 중심에서 약 20~30분 정도 소요되며, 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는 코스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도착한 안핑구는 타이난에서도 바다와 접한 지역으로, **안핑 옛 거리(安平老街)**와 안핑 트리 하우스, 안핑 요새 등의 명소들이 모여 있는 관광 포인트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구간도 있었지만, 해안로를 따라 달리는 마지막 구간에서 바라본 노을과 바닷바람, 정박해 있는 어선들, 적막한 나무길은 그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 하루를 정리하며
유바이크를 타고 타이난의 곳곳을 둘러본 하루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효율적이고 감성적이었습니다. 관광버스나 도보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작은 거리의 변화와 예상치 못한 만남들이 자전거 여행의 묘미였고, 덕분에 타이난이라는 도시를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편리하고 저렴하면서도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유바이크는 타이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이동 수단입니다. 짧은 일정이라도 유바이크로 반나절 정도 동네를 둘러보는 루트를 포함하면, 타이난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Tainan
Tai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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