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드디어 미국의 사드(THAAD)에 맞먹는 고고도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6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가 협력해 ‘L‑SAM‑II’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은 고고도 방어 역량 부재로 인해 고도 방어 분야에서 미국 기술 의존도가 컸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성층권 상공(10~50km)에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직접 요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한국은 극소수 국가만 이룬 기술적 지위를 갖게 된다.

1986억 투입, 2028년까지 완성 목표
L‑SAM‑II 사업은 총사업비 1986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이전 세대 L‑SAM의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 성능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2028년까지 연구·설계·시험·실전 배치까지 모두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4년이라는 짧지만 강도 높은 연구개발 기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고고도 요격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L‑SAM과 비교, 방공 영역 넓어졌다
지금의 L‑SAM은 성층권 아래 10km 미만 고도에서 대기권 내 탄도미사일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반면 L‑SAM‑II는 성층권 너머, 즉 10~50km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이 고도 상승은 방공 영역을 약 3~4배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요격 고도가 높아질수록 미사일이 궤도를 수정하거나 페이로드를 투하할 여유 없이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L‑SAM‑II는 ‘K‑방공 완결판’으로 불리며, 한국의 다층 방어망이 완성되는 계기로 평가된다.
L‑SAM‑II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DACS(위치자세 제어장치)다. 이는 요격미사일의 자세를 초정밀 제어해 표적 탄도미사일에 정확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개의 추력 조절 밸브가 각각 독립 제어되며, 미사일이 시속 수천 km로 접근하는 상황에서도 오차 범위를 극도로 낮춰야 한다. 이는 고고도 요격에서 생존력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미국을 포함한 극소수 국가만이 보유한 역량이다. 한국이 이 기술을 만들면 국산 안보 기술의 독립과 국제 기술 경쟁력 모두를 동시에 확보한다.

추진기관, 사드 수준의 속도 확보
고도 50km 이상에서 속도 싸움은 필수적이다. 탄도미사일은 궤도 하강 전 초고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요격미사일은 이보다 더 빠르게 고도를 올라야 한다. L‑SAM‑II는 여기에 대응해 사드(THAAD) 수준의 추진기관과 고성능 연료 시스템을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고온·진공 환경에서도 엔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소재부터 연소 안정성 등에 대한 시험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지금까지 한국이 미국에 의존해온 추진 성능을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현재 고고도 요격 시장은 미국의 사드 시스템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러시아의 S‑400/S‑500은 중·고도 방어 위주이며, 중국의 HQ‑19는 아직 실전 검증 단계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이스라엘은 저고도·중고도 기술에 강하나, 고고도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L‑SAM‑II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경우 고고도 요격체계를 최초로 다층형으로 상용화하는 국가 중 하나로 부상한다. 전 세계 다층 방어망 수요에 대응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방산 수출 확대, 국방 위상 강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L‑SAM‑II를 단지 국내 전용 무기로만 볼 것이 아니다. 해외 안정적 작전 지역을 가진 국가, 북한·이란 등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이 주요 타겟이다. 대형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사드 시스템을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층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스템이 전 세계에 보급된다면, 한국은 방위산업 수출 경쟁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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