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짜리 AI 탑재?” 공개 40분 만에 1만 대 예약한 전기 SUV

래디언스리포트 2025.06.15 조회수

(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지난 6월 11일,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Xpeng)이 공개한 신형 전기 SUV ‘G7’이 단 46분 만에 사전예약 1만 대를 기록하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전예약은 2,000위안(약 27만 원)의 환불 가능한 보증금 구조로 진행됐으며, 폭발적인 초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실구매 전환율은 추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샤오펑이 ‘1조 원짜리 AI’로 불리는 이유는 자사 AI 기술 개발에 투입된 대규모 연구개발비에서 비롯된다. 샤오펑은 매년 약 7억 달러(한화 약 1조 원 규모)를 자율주행 시스템,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AI 반도체 기술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R&D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투자의 대표 결과물인 ‘튜링(Turing) AI 칩’은 G7 SUV의 핵심 부품으로, 자율주행 특화형 프로세서다. 해당 칩은 초당 2,200조 연산(TOPS)을 처리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 AI4나 엔비디아 Orin-X 대비 수배 높은 성능으로 평가된다. G7의 상위 트림에는 이 칩이 세 개까지 탑재되어,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AI 슈퍼컴퓨터’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샤오펑 측의 설명이다.

샤오펑의 CEO 허샤오펑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AI 칩은 그 핵심 기술 축”이라고 밝혔다. 이 칩은 향후 독일 폭스바겐을 포함한 외부 제조업체에도 공급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샤오펑과 폭스바겐은 2023년 7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체결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단순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G7에는 화웨이와 공동 개발한 87인치 대형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가 적용되며, 차량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 보행자 경고, 차선 유지 보조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투사된다. 일반적인 계기판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전자 시야에 집중된 정보 전달 체계를 구현하며, 실제 자율주행 기능과의 융합도가 매우 높다.

Xpeng은 G7에 적용된 자율주행 시스템 ‘XNGP’를 통해 고속도로 및 도심 환경 모두에서 L3 수준의 자율주행을 목표로 한다. 다중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센서를 통합한 판단 알고리즘은 실시간 주행 상황을 분석하며, 추후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주행 경로 변경, 자동 추월, 교차로 인식 등의 기능은 실제 운행 시 안전성과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G7은 후륜구동(RWD) 기반의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으며, 218kW(약 292마력)의 출력을 낸다. 배터리는 LFP(Lithium Iron Phosphate) 셀 기반으로 68.5kWh와 80.8kWh 두 가지 사양이 제공되며, 주행거리는 CLTC 기준 최대 702km(18인치 휠 기준)까지 도달 가능하다. 고전압 800V 급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의 충전을 약 20분 만에 마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92mm, 전폭 1,925mm, 전고 1,655mm이며, 휠베이스는 2,890mm에 달해 중형 SUV 시장에서의 공간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외관은 플러시 도어 핸들과 풀 LED 라이트바, 날렵한 루프라인을 통해 공기역학과 디자인 모두를 고려했으며, 실내에는 15.6인치 플로팅 스크린, 20개 스피커, 무선 충전 패드 등이 탑재되어 프리미엄 감각을 더했다.

“1조 AI SUV”의 현실적 가치와 글로벌 변수

샤오펑은 이번 G7 모델을 단순한 신차 이상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사 기술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튜링 칩은, 독일 폭스바겐과의 협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2023년 샤오펑에 약 7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25년부터 중국 내 출시될 일부 모델에 해당 칩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 자율주행 기술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지나친 기술 홍보와 초기 수요만으로 성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G7의 1만 대 예약은 주목할 만하지만, 전액 환불이 가능한 구조로 인해 실제 인도량과 전환율은 출시 이후 성적을 지켜봐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실효성·현장 적용성,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 편의성 등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장기적 리뷰가 필요하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상당한 강점이 있다. 고사양 트림은 235,800위안(약 3,280만 원)부터 시작되며, 보급형 모델은 200,000위안(약 2,780만 원) 이하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테슬라 모델Y, 니오 ES6 등과 비교했을 때 동급 성능 대비 상당한 가성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정부 보조금과 지역 혜택을 적용할 경우, 실질 구매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샤오펑은 이번 G7을 통해 유럽, 동남아, 중동 시장 진출도 병행하고 있으며, 차량 사양을 현지 규제에 맞게 조정하는 등 전략적 글로벌화를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의 성공 여부는 결국 브랜드 신뢰성과 서비스 체계, 그리고 장기적 기술 완성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