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군의 함정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네덜란드 무기에 의존하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드디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바로 LIG넥스원이 개발을 주도하는 CIWS-II다. CIWS-II는 분당 4,200발을 쏟아붓는 30mm 기관포와 첨단 AESA 레이더를 결합해 북한의 초음속 미사일, 고속 침투정, 드론 위협까지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수입 무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한국 방산업계의 기술 자립 의지가 이 무기 체계의 출발점이었다. 이제 한국 해군은 진정한 의미에서 독자적인 함정 방어 능력을 확보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가격 횡포가 부른 국산화 혁신
CIWS-II 개발은 어찌 보면 외부의 압박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한국 해군은 과거 CIWS 장비로 네덜란드 골키퍼와 미국 팰렁스를 운용해왔다. 2008년 인천급 호위함 도입 당시 가격 경쟁력에서 팰렁스가 우위를 점했지만, 골키퍼의 단종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레이시온이 팰렁스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것이었다.
방위사업청은 이 같은 가격 횡포에 대응해 자체 CIWS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예상치 못한 도전은 곧 기회로 전환되었고, 결과적으로 한국형 CIWS-II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장비 개발을 넘어 방산 자립과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GAU-8 기관포, 바다 위의 새로운 파수꾼
CIWS-II의 화력 핵심은 GAU-8 30mm 기관포다. A-10 공격기의 대표 무장으로 잘 알려진 이 기관포는 ‘탱크 킬러’라는 별명처럼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분당 4,200발의 발사 속도와 1,150m/s의 포구초속을 지니며, 대함미사일에는 2km, 수상 표적에는 최대 12km까지 대응 가능하다. 이는 기존 팰렁스의 20mm 기관포보다 월등히 긴 사거리와 위력을 제공한다.
GAU-8 기관포는 무게가 1.8톤으로 무겁지만, 한국 기술진은 이 무거운 화포를 함정에 최적화하기 위한 통합 설계와 경량화 기술을 구현해냈다. 이제 이 강력한 화력이 바다 위 함정의 최후 방어선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AESA 레이더와 스텔스 기술의 결합
CIWS-II가 기존 CIWS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레이더와 스텔스 기술이다. CIWS-II에는 KF-21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AESA 레이더 기술이 적용된다. AESA 레이더는 기계식 회전 레이더보다 훨씬 정밀한 3차원 표적 탐지와 추적이 가능하며,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미사일까지 탐지할 수 있다.
또한 LIG넥스원은 포탑 본체뿐 아니라 포신까지 스텔스 설계를 적용해 함정의 피탐지 면적을 최소화했다. 이는 CIWS-II가 단순히 위협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적 레이더망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방패’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융합은 한국 방산 기술의 성장과 성숙을 상징한다.

2036년 완성을 향한 여정과 기대
2024년 4월 방위사업청은 CIWS-II 체계개발의 추진 전략을 확정하며 사업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약 8,95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2036년까지 개발과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약 3,500억 원은 업체 주관 기술 개발에 투입되며, 2027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충남급 호위함을 시작으로 한국 해군의 주력 함정에 차례로 탑재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상형 대공 방어 체계로도 확대 적용된다. 이는 공군 활주로와 주요 군 시설의 최후 방어선으로 CIWS-II가 자리 잡을 것임을 의미한다. CIWS-II의 성공은 K-방산의 기술 독립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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