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서 발굴된 1만4000년 전 강아지 냉동 미라는 멸종한 늑대로 뒤늦게 확인됐다. 표본이 발견된 지 14년 만에 알게 된 사실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고생물학자 나단 웨일즈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쿼터너리 리서치(Qu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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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서 발굴된 1만4000년 전 강아지 냉동 미라는 멸종한 늑대로 뒤늦게 확인됐다. 표본이 발견된 지 14년 만에 알게 된 사실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고생물학자 나단 웨일즈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쿼터너리 리서치(Quaternary Research) 최신호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2011년과 2015년 시베리아 북부에서 나온 강아지 미라의 정체를 전했다.
보존 상태가 거의 온전한 강아지 사체는 발굴과 함께 눈길을 끌었다. 학자들은 각 개체가 약 1만4000년 전 서식한 점을 DNA 조사에서 알아냈다. 개 특유의 유전자 변이에 의한 검은 털을 가진 점, 그리고 가공된 매머드 뼈 등 인간의 흔적이 가까이 남은 점에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반려견으로 추측됐다.
약 1만4000년 전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파묻혔다가 발굴된 냉동 미라. 지금까지 고대인이 길들인 강아지로 생각됐다. 「사진=나단 웨일즈」
연구팀은 그 사이 진보한 최신 DNA 분석을 통해 미라를 다시 살폈다. 그 결과 현생종 개와는 무관한 멸종한 늑대로 파악됐다. 냉동된 그대로의 몸에는 당시 생태계와 식생활을 보여주는 놀라운 흔적도 남아 있었다.
나단 웨일즈 교수는 “시베리아 북부 투마트에서 약 40㎞ 떨어진 샤라흐 지역에서 2011년과 2015년 강아지로 추측되는 사체가 각 1구씩 나왔다”며 “모두 꽁꽁 얼어붙어 피부와 털, 치아, 내장, 심지어 위 내용물까지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마트 강아지로 명명된 두 샘플은 죽은 뒤 산사태에 의해 동토에 파묻혀 산소도 미생물도 차단된 공간에 머문 것으로 생각된다”며 “자연 냉동 미라는 흔치 않아 지금도 많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멸종한 늑대로 확인된 투마트 강아지 냉동 미라 「사진=나단 웨일즈」
DNA 분석에 나선 연구팀은 샘플이 현존하는 개와 계통이 다른 멸종한 늑대임을 알아냈다. 더욱이 두 마리는 같은 어미가 낳았고, 생후 7~9주 안에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단 웨일즈 교수는 “검은 털이 개의 가축화 증거라는 가설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발견으로 개의 진화 과정에 또 다른 수수께끼가 더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수는 “늑대 2마리의 위에서 식물 외에 털코뿔소의 근섬유가 검출됐다”며 “털코뿔소는 빙하기 북유라시아에 널리 서식하다 멸종한 대형 초식동물로 영구동토에서 보존 상태가 좋은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털코뿔소의 복원도 「사진=인공지능(SORA)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약 1만4000년 전 시베리아의 늑대들이 몸길이 약 4m, 체중 3~4t의 거대한 털코뿔소를 사냥한 점에 주목했다. 새끼의 샘플로는 성체의 크기를 추측할 뿐이지만, 멸종종 늑대들은 대단한 공격력을 가졌고 협동 사냥 등 체계화된 무리 운영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학계는 이번 연구 덕에 투마트 강아지의 정체가 드러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연구팀은 인류가 언제 어떻게 늑대를 개로 가축화했는지 의문에 한발 다가선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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