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2003년에 출시된 혼다의 고성능 스포츠카 ‘NSX-R’ 한 대가 경매에서 무려 14억 원을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전 세계 자동차 수집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번 경매는 지난 5월 말, 이탈리아 코모 호수에서 열린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 기간 중 브로드 애로우(Broad Arrow) 주관으로 개최되었으며, 낙찰가는 934,375유로, 한화 약 14억 5천만 원(환율 기준 약 106만 달러)에 달했다. 경매에는 미국, 호주, 남아공 등 전 세계의 자동차 컬렉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NSX-R는 혼다가 1990년 발표한 NSX를 기반으로 성능과 경량화에 집중하여 개발한 특별한 모델이다. 일반 NSX가 일상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했다면, R 버전은 그 철학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퓨어 드라이빙 머신’이다. 특히 이번에 낙찰된 차량은 2002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출시된 후기형으로, 총 생산량은 140대도 되지 않아 희소성이 극에 달한다.
이 모델은 일본 내수 전용 사양으로만 출시되었으며, 외관은 혼다의 시그니처 컬러인 ‘챔피언십 화이트’로 마감되었다. BBS의 경량 휠과 붉은 케블라 알칸타라 시트가 고성능 차량의 개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며, 차량의 주행거리는 단 16,000km로, 경매에 출품된 모델 중 보기 드물게 양호한 상태를 자랑했다.
엔진은 3.2리터 V6 자연흡기 방식으로, 공인 출력은 280~290마력에 불과하지만 고회전에서 발휘되는 응답성과 섬세한 출력 밸런스는 전 세계 드라이빙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혼다는 엔진의 부품 하나하나에 대해 정밀 밸런싱 작업을 수행해, 동일한 엔진을 장착한 다른 차량보다도 더 부드럽고 강력한 성능을 뽑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혼다는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오디오 시스템, 스페어 타이어, 파워 스티어링, 에어컨 등 편의 장비 대부분을 제거하고, 대신 탄소섬유와 케블라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무게는 약 100~120kg 이상 감량되었고, 이로 인해 차량의 운동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처럼 혼다 NSX-R는 단순한 퍼포먼스카가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F1 레전드인 아일톤 세나가 실제 테스트에 참여하며 차량의 주행 특성을 조율했으며, 스즈카 서킷과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의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레이스카 DNA’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흥미롭게도, 혼다 NSX 시리즈 중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도 존재한다. 예컨대 신형 NSX의 첫 생산차량과 2022 NSX 타입 S 1호차는 각각 자선 경매에서 약 110만 달러(한화 약 15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벤트 성격의 경매였던 반면, 이번 NSX-R 낙찰은 진정한 클래식카 시장에서 순수 가치로 평가받은 사례로서 상징성이 더 크다.
클래식카 시장에서 혼다 NSX-R의 재조명은 단순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디지털 제어와 전기화 중심의 현대 자동차 시장 속에서, ‘운전의 본질’과 ‘기계적 순수함’을 추구하는 과거 명차들이 다시금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전설이 된 아날로그의 상징, NSX-R의 의미
혼다 NSX-R는 단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수집 목록 최상위에 오르는 차량이다. 드라이빙 감각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은 전자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기계와 일체가 되는 느낌을 제공하는 NSX-R의 존재에 매료되며, 이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자 ‘예술 작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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