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도 없다고? 아마존 밀어주고 한국 배터리 단 2인 전기 픽업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신차 공개 행사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가 새로운 형태의 전기 픽업트럭 ‘트럭(Truck)’을 세상에 선보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지원하는 이 스타트업은, 지금까지의 전기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택하며, 합리적 가격과 단순함을 무기로 삼아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슬레이트 CEO 크리스 바먼(Chris Barman)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요 투자자,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SK온 이석희 대표 역시 직접 현장을 찾아 양사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슬레이트는 이번 트럭을 통해 연간 150,000대 생산을 목표로 세웠으며, 가격을 2만 달러 수준으로 유지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필요한 것만 남겼다, 없는 게 매력인 전기트럭

슬레이트 트럭은 기존 전기차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전동 창문은 아예 없고, 수동 크랭크 방식으로 창문을 여닫아야 한다. 내부에는 대형 스크린도,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 거치대와 USB 포트를 기본 제공하여 운전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차량 기능의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옵션 사항으로, 기본 구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색상은 오직 하나, ‘슬레이트 그레이’로만 출시된다. 다양한 색상의 선택권 대신, 차체 전체를 덮는 DIY 랩핑 키트를 별도로 제공해 사용자가 직접 색을 입힐 수 있도록 했다. “필요 이상의 사치는 없다”는 슬레이트의 철학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차량 크기는 전장 496cm로 혼다 시빅 해치백보다 짧으며, 포드 매버릭보다도 50cm 작다. 그러나 5피트(약 1.5m)의 적재 공간과 7.0 세제곱피트의 앞 트렁크를 통해 실용성을 확보했다. 기본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드 디온 액슬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7인치 스틸 휠과 245/65R17 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SUV로 변신하는 트럭, DIY 키트로 확장성 확보

슬레이트 트럭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별도 판매되는 SUV 키트를 설치하면, 2인승 픽업이 곧바로 5인승 SUV로 변신한다. 이 키트에는 롤케이지, 후방 시트, 추가 에어백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외형 변화를 넘어 안전성까지 고려했다.

변환 작업은 사용자가 직접 설치할 수도 있고, 슬레이트의 지정 서비스센터를 통해 맡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루프랙, 캠핑 전용 패스트백 베드캡,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를 통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차량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슬레이트는 총 100가지 이상의 액세서리를 준비했으며, 차량 구매 시점은 물론, 필요할 때마다 추가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차량을 구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량을 ‘완성’해 가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슬레이트만의 전략이다.

SK온 배터리 품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

슬레이트 트럭에는 SK온이 제작하는 하이니켈 NCM 배터리가 탑재된다.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52.7kWh 배터리는 약 240km의 주행거리를 지원하며, 대용량 옵션인 84.3kWh 배터리를 선택할 경우 최대 39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은 가정용 전원으로도 가능하지만, NACS 포트를 통한 고속 충전을 이용하면 약 3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해 도심형 차량으로서 충분한 활용도를 보인다. 다만, 1,000파운드(약 453kg) 수준의 견인력과 후륜구동만 지원하는 점은 험로 주행이나 혹독한 기후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SK온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약 20GWh 규모의 배터리를 슬레이트에 공급한다. 이는 준중형 전기차 약 30만 대 분량에 해당하며, SK온이 중저가 전기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SK온은 2019년부터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올해와 내년 중 미국 내 3개 생산기지의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2026년까지 미국 공장이 SK온 글로벌 생산능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가격, 단순함, 그리고 진짜 ‘전기차 대중화’를 꿈꾸다

슬레이트는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딜러를 통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중간 유통마진이 사라져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또한, 차량 유지보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전국 주요 거점에 자체 서비스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차량의 초기 구매 가격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비용까지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슬레이트는 단순한 저가형 전기차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개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교통수단을 제시한다”는 슬레이트의 비전은, 기존 전기차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소비자층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크랭크 윈도우와 옵션 사운드 시스템 같은 불편 요소들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슬레이트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요약 정리

• 슬레이트, 수동 창문·DIY 랩핑 제공 초심플 트럭 공개

• SK온, 6년간 약 20GWh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 SUV 변형 가능한 DIY 키트로 차량 활용성 극대화

• 기본 주행거리 240km, 대용량 옵션 390km 주행 지원

• 2만 달러대 가격으로 전기 픽업 시장 가격 파괴 시도

• 딜러 없는 직판 전략, 지역 서비스센터 구축 예정

• SK온, 미국 생산기지 확대로 북미 시장 영향력 강화

• 슬레이트, 연간 15만 대 판매 목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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