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우리나라는 단순히 전투기 플랫폼의 독자 개발을 넘어 핵심 동력원인 전투기용 제트엔진의 국산화라는 대장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 전투기의 심장 역할을 한 것은 해외에서 들여온 엔진이었지만, 이제는 이를 국산화해 진정한 항공 무기 체계 자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 이는 단순히 한 기종의 완성도를 넘어 국가 방위산업의 근본적 자립을 위한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KF-21의 현재 엔진, 그리고 국산화의 필요성
현재 KF-21에는 미국 GE사의 F414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F414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중형급 전투기에 사용되는 검증된 엔진으로, KF-21의 초기형 비행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엔진은 해외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운용과 성능 개량, 무장 통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은 독자적인 전투기용 터보팬 엔진 개발에 착수해 완전한 항공 무기 체계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도전임과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약진과 핵심 기술 확보
국산 전투기 엔진 개발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은 기존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투기용 터보팬 엔진의 기반 기술을 빠르게 축적해 나가고 있다. 특히 두산은 절대온도 1950도(섭씨 1680도)를 견디는 내열 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고온·고압 환경에서 동작하는 전투기 엔진의 핵심 부품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2024년 2월에는 380MW급 고효율 발전용 가스터빈의 시험 운전에 성공하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는 항공용 터보팬 엔진 개발에 필요한 소재, 열관리, 내구성 기술 확보로 이어지고 있어 업계와 군 당국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과제와 국산화 노력
현재 KF-21의 엔진 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고 있으며, 이는 한국 항공산업의 현 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화는 엔진 조립과 일부 부품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요 소재와 부품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기술 이전, 소재 기술 내재화 노력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 역시 이를 인식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두산과 같은 소재 개발부터 시험평가까지 일괄 수행 가능한 체계 구축은 아직 미완의 상태다.

항공기 엔진 국산화의 전략적 의미
전투기 엔진의 국산화는 단순히 부품 생산의 문제를 넘어 전략적 자립의 핵심이다. 전투기 엔진은 항공 무기체계의 심장으로, 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항공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전투기 엔진 기술은 민간 항공기, 헬기, 무인기 등 다른 항공산업 분야로 파급될 수 있어 국가 경제와 기술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한국이 추진 중인 전투기 엔진 국산화는 군사적 자립뿐 아니라,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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