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안 하고 아이 낳는 게 유행?”…제2의 사유리, 자발적 비혼모의 시대가 온다
결혼은 선택, 출산은 시기 제한…‘자발적 비혼모’가 된 30대 여성의 고백
2025년 6월 TV조선 ‘우리 아이가 태어났어요’에는 또 한 명의 ‘제2의 사유리’가 등장했다. 사유리 이후 한국 사회에 ‘비혼 출산’이란 화두를 던진 이 여성은, 내과 전문의로 일하며 두 아이를 모두 정자 기증으로 임신해 출산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내 인생엔 반드시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결혼이 아닌 출산을 먼저 선택한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다. “결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는 데엔 시간 제한이 있다”는 현실적 고민, 그리고 “연애를 해도 내 시간이 허비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결혼에 대한 부담 없이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불가능한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덴마크행을 택하다
한국에서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정자 기증에는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의료 윤리지침상 논란 소지가 있어 국내 의료진도 시술을 꺼린다.
결국 이 여성은 해외,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의 정자은행이 있는 덴마크를 택했다. “영국, 독일, 미국, 스웨덴, 일본 등 여러 국가를 조사한 끝에 덴마크가 가장 합리적이었다”며, 기증자 선택 과정, 비용(약 1,000만 원), 시술 절차까지 모두 직접 경험했다.
덴마크 정자은행에서는 기증자 프로필, 어린 시절 사진, 키·체중·인종·성격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첫 아이와 동일한 기증자를 선택해 둘째도 같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갖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여성은 첫째 출산 후 28개월 만에 같은 기증자로 둘째를 임신했고, “형제가 같은 아버지를 두는 게 더 나은 환경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이를 혼자 키워도 괜찮아요”…자발적 비혼모의 당당한 삶
이 여성은 “첫째를 낳을 때 둘째는 생각 못 했지만, 아이가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며 두 번째 임신을 결심했다. 엄마에게도 미리 상의했고, 가족의 지지도 받았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만약 누군가와 시작했다가 혼자가 됐다면 힘들었겠지만, 처음부터 혼자 하기로 결심해서 괜찮다. 아이가 잘 자라는 걸 볼 때 느끼는 성취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내과 전문의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기쁨이 힘든 점을 모두 상쇄한다. 내가 혼자 해냈다는 자부심이 크다.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출연진들은 “시스템이 너무 체계적이다”, “정말 놀랍고 감동적이다”라며 응원을 보냈다.

“비혼 출산, 더 이상 낯설지 않다”…한국 사회의 변화
이런 자발적 비혼모의 등장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20년 일본에서 사유리가 정자 기증으로 아들을 출산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20대 여성의 42.4%, 30대 여성의 40.7%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008년 각각 28.4%, 23.9%였던 것과 비교하면 15%p 이상 상승한 수치다. 남성 역시 20대 43.1%, 30대 43.3%가 비혼 출산을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 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혼 없는 출산을 점점 더 인정하고 있다. 2024년 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지만,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그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있다.

“나는 결혼 제도에 비판적인 게 아니다. 단지 아이가 간절했다”
이 여성은 “나는 결혼 제도에 비판적인 게 아니다. 단지 아이가 간절했고, 그 선택을 먼저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는 데엔 시기 제한이 있다”는 현실적 이유, 그리고 “내 인생에는 반드시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그를 움직였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선택의 용기가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제2의 사유리’로 불리는 자발적 비혼모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 가족의 다양성, 여성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의 분리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시대.
이제는 “결혼 안 하고 아이 낳는 게 유행”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진정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찾아가는 용기 있는 선택이 존중받아야 할 때다. 한국 사회가 이 변화와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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