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저작권 100억 벌었지만 10년간 수익 하나도 못 받은 남자 가수

국민 애창곡 ‘응급실’, 그리고 사라진 밴드 izi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의 OST로 발표된 밴드 izi(이지)의 ‘응급실’은 20년 가까이 대한민국 노래방 인기차트 상위권을 지키며 국민 애창곡 반열에 올랐다.

오진성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감성적인 멜로디는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았고, 노래방에서 한 번쯤 불러보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다. 실제로 ‘응급실’은 노래방 누적 인기 1위, 저작권협회 연간 수익 1위에 오르며 그야말로 ‘저작권 효자’ 곡이 됐다.

하지만 이 곡의 원곡자인 izi의 보컬 오진성은, 정작 10년 넘게 저작권 수익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던 기구한 사연을 최근 방송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백했다.

저작권료 100억 원, 그러나 통장 잔고는 0원

오진성은 “저작권, 인접권까지 합치면 ‘응급실’이 벌어들인 수익이 100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래방 저작권료만 해도 매년 수억 원이 꾸준히 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데뷔 당시 소속사와 맺은 불공정 계약 탓에 10년 넘게 수익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당시 소속사는 izi 멤버들 명의로 투자금을 받아왔으나, 정작 멤버들에게는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진성은 “수익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회사 대표가 투명하게 투자금을 운용하지 않았고, 우리 권리는 모두 소속사에 귀속돼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도 해봤지만, 소속사 측이 파산 신청을 해버려 음원 수익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응급실’로 엄청나게 벌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통장 잔고가 0원이었다. 정말 가난하게 악기를 들고 다니며 공연했다”고 회상했다.

후속 활동 좌절과 ‘의리’의 대가

‘응급실’의 성공 이후 izi는 후속곡 뮤직비디오를 캐나다에서 1억 원을 들여 촬영까지 했지만, 소속사의 투자금 소진과 내부 불화로 인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오진성은 “소속사에서 ‘너희가 독자적으로 활동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방송가에도 ‘izi는 싸가지 없다’는 소문을 내 활동이 막혔다”고 밝혔다.

심지어 오진성은 솔로로 억대 계약금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밴드 멤버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거절했다. “아버지께서 ‘돈 얼마에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의리 없는 짓’이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계약을 하고 멤버들을 돌보는 게 맞았을 수도 있지만, 그땐 ‘남자는 의리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더 가난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작권 명의 회복, 그리고 조금씩 찾아온 변화

10년 가까이 저작권 수익을 받지 못하던 오진성은, 뒤늦게 권리를 다시 멤버들 명의로 돌려놓으며 일부 저작권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받아야 할 금액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큰 히트곡을 갖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지금은 많이 느끼고 있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응급실’은 여전히 노래방 인기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BTS 정국 등 후배 스타들이 커버하면서 새로운 세대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공익광고에 ‘응급실’이 개사되어 사용되면서, 오진성에게 작은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팬들에 대한 감사

오진성은 한때 음악 학원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로 폐업하는 등 생계의 어려움도 겪었다. 결혼해 세 자녀를 키우며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며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노래방에서 ‘응급실’을 부르면 방마다 릴레이로 이어진다. 많은 분들이 커버해주시고, ‘원곡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천천히 다시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아 무대가 두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팬들과 가족의 응원 덕분에 다시 일어서고 있다. 꼭 다시 무대에서 인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시 일어선 오진성, 그리고 ‘응급실’의 의미

오진성은 “지금도 ‘응급실’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곡이다. 그게 제겐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목소리 재활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며, 언젠가 다시 무대에서 팬들과 만날 날을 꿈꾸고 있다.

‘응급실’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한 음악가의 꿈과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상징이 됐다. 오진성의 이야기는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공정한 음악 생태계를 바라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