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볼 때 혹은 머리를 넘기며 귀를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귀 모양이 사실은 우리 몸의 내부 건강 상태, 그 중에서도 심장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연구들에서는 ‘귀 주름’ 하나가 단순한 노화의 흔적이 아닌, 심혈관 질환과 연관된 경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귀에 생기는 특정한 방향의 주름, 즉 ‘얼디의 주름(Frank’s sign)’은 심장병과의 연관성이 의심되어 여러 학술지에 보고되었고, 지금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귀에 주름이 있다고 모두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이 겹친다면 분명히 간과해서는 안 될 신체 신호다.
지금부터 살펴볼 내용은 단순히 외모가 아닌,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귀의 경고 신호다. 귀 주름을 통해 알 수 있는 심혈관 이상 가능성과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1. 얼디의 주름이란 무엇인가?
얼디의 주름은 귓불에서 대각선으로 내려가는 깊은 선을 말한다. 이 주름은 노화의 일부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주름이 아니다. 미국의 병리학자 샌더스 T. 프랭크(Sanders T. Frank)가 1973년 처음 보고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이 주름과 심장 질환 간의 연관성을 탐색해 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주름은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 이상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보았다. 실제로 심장병 환자들의 귀를 조사했을 때, 귀에 이 주름이 있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아직까지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초 혈관 이상이 귀의 혈액 순환에도 영향을 주며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2. 심장병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연구들
귀 주름과 심장질환의 관계를 살펴본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다. 해당 논문에서는 귀 주름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약 1.8배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 심장학회에서는 50대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귀 주름과 심전도 이상, 좌심실비대 등의 심장 기능 저하가 동반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 변화 이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주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병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 주름이 있는 경우 이미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므로, 적극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귀 주름 외에 동반될 수 있는 증상들
귀 주름은 심장 질환의 ‘유일한’ 증상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가슴의 조이는 듯한 통증이나 뻐근함
계단 오를 때 숨이 찬다거나 두근거림이 심해짐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
수면 중 호흡이 끊기는 듯한 증상
이러한 증상이 귀 주름과 함께 있다면, 말초혈관이나 관상동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중년 이상 남성에서 귀 주름과 이러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심근경색의 위험 인자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간단한 혈액검사나 심전도 검사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4. 귀 주름이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귀 주름이 있다고 해서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다른 심혈관 위험 요소가 동반되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가족력 등은 이 주름이 심장 문제를 경고하는 가능성을 더 높인다. 특히 귀 주름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거나, 점점 선명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최근의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혈압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으니 더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기본적인 심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심장 초음파나 CT촬영 등을 통해 관상동맥의 협착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단순한 ‘외모의 변화’가 큰 건강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찰과 의심은 결코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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