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흔히 혈당 수치와 관련된 질병으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 우리 몸에 보내는 경고는 단순히 피검사 수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피부는 내부 건강 상태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장기 중 하나로, 미세한 변화조차도 질환의 단서를 드러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당뇨병은 피부에 다양한 형태로 신호를 보낸다.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나치기 쉽지만, 이런 작은 증상을 놓치면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진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은 수년간 증상이 없거나, 피부 변화 정도로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힌트를 알고 있다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혈당 조절도 훨씬 수월해진다. 아래는 의외로 간과되기 쉬운 피부의 당뇨 신호 다섯 가지다. 평소 본인 또는 가족의 피부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1. 목 뒷덜미나 겨드랑이에 생기는 어두운 피부색 변화
갑자기 목 뒷부분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의 피부색이 어두워지고 두꺼워졌다면 ‘흑색가시세포증(Acanthosis Nigricans)’일 수 있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부 변화 중 하나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상태를 암시한다. 피부가 벨벳처럼 부드럽고 진한 갈색으로 변색되는 것이 특징이며, 보통 비만인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흔하게 관찰된다.
이 증상은 당장 통증이 없기 때문에 미용 문제 정도로 여겨 방치되기 쉽다. 그러나 혈액 내 인슐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혈당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2. 상처가 쉽게 생기고 잘 아물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적인 상처조차 회복이 더디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관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세포의 반응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다리나 발 부위에 자잘한 상처가 자주 생기고, 그 상처가 며칠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면 단순한 외상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무심코 긁힌 부위가 덧나거나, 벌레 물린 자국이 쉽게 감염되는 경향도 당뇨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만성 상처는 장기적으로 괴사성 피부염, 심하면 당뇨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피부 재생력이 떨어진다 느껴질 때는 적극적인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3. 발바닥이나 손바닥에 나타나는 노란색 또는 갈색 발진
피부에 노란색 또는 갈색의 발진이나 작은 혹 같은 것이 생겼다면 ‘당뇨성 황색판종증(Xanthomatosis)’을 의심할 수 있다. 이는 혈중 지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보통 염증이 없으며 통증도 없지만, 미세한 구진이 군집을 이루고 퍼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손등, 발등, 팔, 엉덩이 등에 생기며, 미관상 불편함 때문에 피부병으로 착각하고 피부과만 전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피부 변화는 당뇨병 외에도 고지혈증의 지표가 되기도 하므로,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4. 피부가 유독 가렵고 건조함이 심하다
건조한 날씨도 아닌데 계속해서 피부가 가렵고 건조하다면, 혈당 수치가 문제일 수 있다. 고혈당 상태에서는 체내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 피부 장벽이 쉽게 손상되고, 이로 인해 피부염이나 가려움이 잦아지게 된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특히 하지(다리)나 팔 부위에서 가려움이 두드러지며, 밤에 잠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잦은 가려움은 긁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2차 감염도 자주 동반된다. 피부 가려움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건조함이 보습으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피부과 약보다는 혈당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우선이다.
5. 손톱 주변 또는 손등에 미세한 피부 감염이 자주 생긴다
당뇨 환자는 면역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피부에 세균이나 진균이 쉽게 침투한다. 그 결과, 손톱 주변에 통증을 유발하는 감염성 농양이나, 손등에 반복적인 종기 같은 피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감염은 항생제 반응도 늦고, 재발률도 높다. 특히 손이나 발 부위는 당뇨성 말초신경병증으로 감각이 둔해져서 증상이 진행될 때까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상처에도 염증이 생기고, 그 부위가 붓거나 빨갛게 변한다면 조기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복되는 감염은 단순한 피부문제가 아니라 면역 기능이 떨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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