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한국인에게 특히 흔한 암이다. 세계적으로도 위암 발병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에서는, ‘위장병은 흔한 것’이라는 인식 탓에 초기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는 소금 섭취와 위암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염 식습관이 위암 발병 위험을 최대 97%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결과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금 섭취량이 과도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짜게 먹는 식습관, 가공식품과 국물류 위주의 식단, 젓갈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의 과도한 소비까지 겹치면서 하루 권장량을 훨씬 초과하는 소금이 체내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소금이 단순히 혈압만이 아니라, 위점막 자체에 만성적 손상을 유발해 암세포 성장의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1. 소금이 위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이유
소금이 위암을 유발하는 주된 메커니즘은 위점막 손상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촉진이다. 고염 식품은 위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방어층인 점액의 분비를 억제하거나 점막세포를 탈락시킨다. 이런 환경에서는 외부 병원체나 유해 성분이 더 쉽게 침투하게 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의 1급 발암인자로 분류되며, 소금이 많을수록 이 균의 독성이 더 활성화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즉, 소금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발암 환경을 ‘설계하는 물질’이 되는 셈이다. 또한 나트륨 농도가 높을수록 세포 내 DNA 손상 복구 능력도 저하되어, 암세포로의 변이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2. 한국인의 식탁은 ‘소금 과다’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g(소금으로 환산 시 약 5g)이다. 그러나 국내 성인의 실제 평균 소금 섭취량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보고된다. 문제는 ‘짜게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국, 찌개, 장류를 통해 소금을 무의식적으로 과다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 한 그릇에는 평균적으로 1.52g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치 100g당에도 700~800mg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이처럼 소금은 눈에 보이는 소금통이 아니라, 일상 식사의 구조 속에 깊이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과일 섭취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리학적 이유
그렇다면 소금의 위협에서 위를 지켜줄 수 있는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다양한 연구에서 과일, 특히 생과일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위암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첫째, 과일에는 비타민 C, E,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위점막 세포의 산화 손상을 억제한다.
둘째, 식이섬유가 헬리코박터균의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 증식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셋째, 산성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물질의 형성을 막는 데 과일의 유기산 성분이 기여한다.
이런 작용은 단기적인 해독이나 위산 중화의 개념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위 환경을 ‘비발암성’ 상태로 유지해주는 식단 전략이다. 특히 감귤류, 키위, 블루베리, 사과 등은 위점막에 대한 항산화 작용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위암 고위험군에게 권장된다.
4. 단순히 소금을 줄이기보다 ‘균형’을 재설계해야 한다
위암 예방을 위해 “짜게 먹지 마라”는 조언은 너무 단순하다. 정작 실천 단계에서는 막연하고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디서 소금이 들어오는지’를 명확히 알고, 이를 보완할 식재료와 식사 패턴을 같이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된장국을 먹되, 김치 양을 줄이고 과일을 후식으로 챙긴다든지, 젓갈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식단 전반에서 생채소나 과일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인다’는 접근이 아니라, 위 점막을 보호하고, 발암 환경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식습관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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