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채소나 과일 같은 식재료는 데우기보다는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식품은 오히려 전자레인지로 가열했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고, 항산화 물질이나 유익한 영양 성분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식품과학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 브로콜리, 토마토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익히면 손해일 것 같은 음식들이 전자레인지에 들어갔을 때 더 건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1. 고구마: 전자레인지 조리로 당질 소화율과 항산화 성분 증가
고구마는 대표적인 건강 간식이지만, 조리법에 따라 혈당지수(GI)와 영양 성분의 생체 이용률이 달라진다. 특히 전자레인지에 짧은 시간 데우는 방식은 고구마의 전분을 완만하게 젤라틴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복합당이 단당류로 부드럽게 전환되며, 장에서의 소화 효율이 높아진다.
동시에 고구마에 포함된 베타카로틴, 폴리페놀류 항산화 성분이 열에 의해 활성화되며 흡수율이 오히려 높아진다. 삶거나 찌는 것보다 수분 손실이 적어 비타민류 보존도 용이하다는 연구도 있다. 단, 지나치게 긴 시간 가열하면 껍질이 마르고 당 성분이 과도하게 변성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 브로콜리: 삶는 것보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영양 보존에 유리
브로콜리는 열에 약한 비타민C, 폴리페놀, 설포라판 같은 항암 성분이 풍부한 채소다. 대부분의 가열 조리는 이런 성분을 쉽게 파괴하지만, 전자레인지는 예외다. 이유는 수분을 적게 사용하고 짧은 시간에 중심온도까지 빠르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포라판은 항산화 및 해독 효소를 활성화하는 물질로, 장시간 가열하거나 물에 삶으면 거의 손실된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우는 정도로 조리할 경우, 생으로 먹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요 영양소가 유지되면서 소화 흡수율이 높아진다. 뚜껑을 덮지 않고 가열할 경우 수분 증발이 적어 조직 손상도 줄어든다.

3. 토마토: 리코펜 활성화가 전자레인지에서 극대화
토마토는 대표적인 항산화 식품으로, 리코펜이라는 붉은색 색소가 주된 효능의 원천이다. 리코펜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전립선암이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토마토에는 리코펜이 비교적 흡수되지 않는 ‘트랜스형’으로 존재하지만, 열을 가하면 ‘시스형’으로 구조가 바뀌면서 체내 흡수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USDA)의 실험에서도 전자레인지로 23분간 데운 토마토는 리코펜 농도가 1.5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지용성 성분인 리코펜의 흡수율은 더 높아진다.

4. 전자레인지의 조리 특성이 가져오는 생리적 이점
전자레인지 조리의 핵심은 ‘짧은 시간, 내부 중심부까지 균일한 가열’이라는 점이다. 불이나 찜기에 비해 수분 손실이 적고, 영양소가 외부로 빠져나갈 여지가 적다. 특히 수용성 비타민이나 항산화 성분이 많은 식품은 물을 넣고 삶는 것보다 수분을 가두는 전자레인지 조리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비타민C, 엽산, 베타카로틴, 폴리페놀 등의 민감한 성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소화기관에서의 흡수율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유해물질이 전이될 수 있으므로 유리나 도자기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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