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커피는 골다공증의 위험 요소로 지목돼 왔다. 그 주된 근거는 카페인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슘량을 증가시킨다는 생리학적 메커니즘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전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커피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특히 하루 1잔 이내의 적정 커피 섭취가 오히려 뼈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국제 학술지에 실리기 시작했고, 단순히 카페인 함량보다 커피 속 ‘기타 생리활성 물질’이 뼈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커피와 골밀도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그 핵심 성분과 작용 원리를 살펴본다.
1. 커피가 뼈를 갉아먹는다는 인식, 데이터로 보면 달라진다
하버드 의대와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하루 한두 잔의 커피를 꾸준히 마신 성인 여성의 고관절 골밀도가 오히려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나이, 체중, 식습관, 칼슘 섭취량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커피 섭취군이 비섭취군에 비해 골절 발생률이 낮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커피가 일방적으로 칼슘을 배출시키는 해로운 음료라는 인식을 반박하는 자료다. 물론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여전히 골밀도 저하와 연결될 수 있지만, 하루 1잔 수준의 적정 섭취는 오히려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통해 뼈 건강을 지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카페인보다 더 중요한 건 ‘클로로겐산’과 ‘폴리페놀’
커피에는 카페인 외에도 수십 종의 항산화성 생리활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성분은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다. 이 성분은 골파괴세포(osteoclast)의 과활성을 억제하고, 골형성세포(osteoblast)의 분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커피 속 폴리페놀류는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고, 만성 염증 상태를 완화해 뼈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뼈는 단단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재형성(remodeling)이 이뤄지는 조직이며, 이 과정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커피의 항염 물질은 이러한 미세 염증을 조절해 뼈의 구조적 무너짐을 늦춰주는 기전을 제공할 수 있다.
3. 비타민 D 흡수와 마그네슘 대사에도 간접 작용
덴마크 국립식품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커피 속 클로로겐산과 관련 플라보노이드는 소장에서의 비타민 D 수용체 발현을 촉진하고, 마그네슘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두 성분 모두 골세포의 무기질화 과정에 핵심적인 요소로, 칼슘 못지않게 중요한 미량영양소다.
즉, 커피는 칼슘 흡수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비타민 D와 마그네슘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뼈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야외 활동이 적고,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중장년층에서는 커피의 이런 간접 경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4. 문제는 커피 자체가 아니라 ‘동반 섭취하는 것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함께 섭취하는 설탕, 프림, 크림, 디저트 등이 오히려 뼈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당질 식품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체내 칼슘 대사를 방해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하는 경로로 골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커피가 뼈에 좋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무가당, 저지방, 프림이 없는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하며, 여기에 충분한 칼슘과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병행했을 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끼니를 거르는 습관은 오히려 뼈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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