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호주 수출을 최종 확정하며 방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HDA)은 6월 8일 방위사업청과 호주 국방부 획득관리단(CASG) 간 총 129대, 약 24억 달러(≒3조 1,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장갑차 수출 중 단일 계약으로 최대 기록이다.
이번 성과는 민간 주도의 무기가 서방 선진국의 무기 시장에 정면으로 진입해 성공을 거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는 이 계약이 K-방산 산업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 경쟁 끝에 승리… ‘세계적 방산시장 뚫기’ 본격화
호주의 랜드400 3단계 프로그램은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장갑차 구매 사업이었다. 경쟁 상대는 미국, 영국, 독일 등 방산 강국이었다. 한화 레드백은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BSP)와 경쟁해 최종 승리했다.
레드백은 승무원 3명·보병 8명 등 11명 탑승 가능하고, AESA 레이더 기반 능동방어시스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전방위 영상 시스템 ‘아이언 비전(Iron Vision)’ 등을 탑재한 5세대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다. 이로써 한국 기업이 기존 검증된 무기를 넘어, 설계부터 개발한 국산 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첫 사례가 성사되었다.

호주 현지 생산 전략… 기술이전과 공급망 리스크 대응
한화는 단순 납품만을 제안하지 않았다.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 ‘H-ACE(Hanwha Armoured Complex of Excellence)’ 생산 공장은 2028년부터 레드백과 현지 인력·공급망을 활용한 완성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H-ACE는 이미 K9 자주포 호주형 ‘헌츠맨 AS9’ 및 탄약운반장갑차 ‘AS10’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차량 공급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이 심화된 시기에, 현지 생산 기반은 계약 성사의 핵심 요소였다. 업계는 향후 오세아니아·동남아 시장에서 레드백 수출 확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후속 수출 희망… K-방산 민간 주도 성장의 전환점
레드백 수출 이후 미국·영국·루마니아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장갑차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는 최근 K9 자주포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레드백의 수출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번 수주는 정부 주도의 K-방산 수출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 개발 플랫폼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의미 있는 변곡점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성과를 방산 핵심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 목표를 내세우며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