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싱크대 위, 물이 졸졸 흐르는 수도꼭지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 평범하게 수도물 아래에 입을 대는 방식이 아닙니다. 수도꼭지에 머리를 쿡— 밀어 넣듯 가져다 댄 채, 물을 그대로 이마로 받아냅니다.
물은 고양이의 머리를 따라 넓게 퍼져 흐르고, 이마와 귀 주변을 타고 턱 아래로 떨어집니다. 정상적인 물줄기라면 일직선으로 아래로 떨어졌겠지만, 고양이의 머리 덕분에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 거죠. 말하자면, 수도꼭지와 입 사이에 ‘고양이 헤드 디퓨저’가 설치된 셈입니다.
물은 얼굴 전체에 퍼지며 후두둑 떨어지는데, 그 와중에도 고양이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눈을 조금 찡그리긴 해도, 포기하거나 고개를 돌릴 기색은 전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게 더 좋다’는 표정입니다. 고개를 더 들기도 하고, 심지어 이마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려는 듯한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어설프지만, 확고합니다.
레딧의 한 유저는 “저건 물 마시는 게 아니라 의식이다ㅋㅋ”라며 웃픈 감탄을 남겼습니다.
사실 진지하게 보면, 이건 단순한 마실 거리 확보가 아니라 ‘삶의 태도’ 그 자체에 가까워 보입니다.
‘남들처럼은 싫어. 난 내 식대로 마신다.’
그게 비록 물이 얼굴에 쏟아지는 방식일지라도요.
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 방식’을 고수해본 적 있으신가요?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보기엔 이상해 보여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
그 안에 담긴 뚝심과 자존심은 고양이 한 마리의 젖은 얼굴만큼 단단하고 귀여운 겁니다.
오늘 이 고양이는 젖은 이마와 함께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 좀 튀면 어때. 내가 편하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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