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친 선배의 제안, 그리고 400억 원대 고속터미널 인수 사업
김병찬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건, 가장 신뢰하던 고등학교·대학교 선배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선배는 “청주 고속터미널을 인수해 현대화 사업을 해보자”고 권유했고, 김병찬은 가족도 맡길 만큼 믿었던 선배였기에 아무 의심 없이 수억 원을 빌려줬다. 당시 KBS 아나운서로서 사회 행사 등 외부 일로 수입이 넉넉했던 그는, 선배의 사업 제안에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사업은 점점 수렁에 빠져들었다. 선배는 사업 자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고, 투자금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업이 꼬이자 김병찬은 집까지 팔아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연예인이라고 사업이 저절로 잘될 거라 생각하면 큰일 난다”는 절박함에, 그는 직접 사업체의 대표이사까지 맡으며 위기 극복에 매달렸다.

은행 대출 400억 원, 그리고 사업 실패
사업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김병찬은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만 400억 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가 사업에 전념하게 된 계기이자, 결국 K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하지만 사업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사업 자금은 바닥났고, 투자금은 회수 불능 상태가 됐다. 김병찬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었다. 결국 집까지 팔아가며 자금을 넣었지만, 점점 수렁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구제의 손길, 그리고 투자금 포기
다행히 청주 우민재단 장덕수 회장이 사업을 인수하면서 김병찬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 회장은 자본이 잠식된 회사를 인수해, 우여곡절 끝에 7,000억 원 규모의 청주 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완성했다. 김병찬은 “그분이 사업을 맡아주지 않았다면 정말 끝장이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그는 “많은 분이 내가 투자한 돈을 회수했는지 궁금해하지만, 사실상 포기했다. 자본이 잠식된 회사를 맡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내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로 전향, 그리고 인생의 교훈
이 사건을 계기로 김병찬은 2006년 K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그는 “연예인이나 방송인이라고 해서 사업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직접 전념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병찬은 각종 방송과 강연, 사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 고속터미널 현대화 사업의 뒷이야기
청주 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이후 7,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완공됐다. 하지만 사업 인수와 개발 과정에서 특혜 논란, 시세차익 논란 등도 불거졌다.
장덕수 회장이 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뒤 불과 몇 개월 만에 5,00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병찬은 이미 투자금을 포기한 상태였고, 사업의 성공과는 별개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사업은 신중하게, 인생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김병찬의 사례는 유명인이라도 사업 실패와 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도 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쉽게 돈이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였지만,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와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병찬은 오늘도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그리고 인생의 교훈을 전하는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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