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핵무기 탑재 가능한 F-35A 전투기 12대 도입 발표
“한 세대 만에 핵태세 가장 크게 강화”
영국 정부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공중 핵전력 강화 조치로 평가되며, 러시아·중국의 핵무기 현대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24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영국 핵태세를 한 세대 만에 가장 크게 강화하는 것”이라며, “핵 억지력을 증강해 적대적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B61-12 투발 가능한 F-35A…17년 만에 핵 재배치 현실화
F-35A는 미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로, 미국의 신형 중력 핵폭탄인 B61-12를 탑재할 수 있다.
현재 영국 공군은 항공모함에서 운용 가능한 F-35B 기종만 보유하고 있어, 공중 투발 핵능력은 부재한 상태였다. 그러나 F-35A 12대를 도입하면서 영국은 공중 핵투발 수단까지 보유하게 됐다. 이는 2008년 주영 미군 전술핵 철수 이후 17년 만에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 가능성을 의미하며, 나토 핵 공유 정책 내에서도 상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러시아·중국 핵 증강에 대한 적극 대응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세계가 새로운 핵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 중국 등의 핵 증강과 현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전날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2025 보고서’에서도 러시아의 위협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침략은 우리 대륙 전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본토 내부에서도 적대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영국은 이제 전시에 본토가 직접적인 핵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토와 유럽 내 핵 억지력 강화 신호
나토는 이번 영국의 결정에 대해 즉각 환영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이 나토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엘로이즈 파예트 연구위원은 “유럽의 재핵무장 흐름과 새로운 전략 균형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독일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전술핵 보유를 두고 내부 논쟁 중인 시점에서, 영국이 ‘전면 핵 대응 태세’를 선도하겠다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 효과와 정치적 부담, 동시에 안고 간다
영국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기반의 해상 핵억지력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F-35A 도입으로 공중 투발 옵션이 추가된다. 이는 전시 대응 속도를 높이고, 나토 핵 공유 체계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향후 미국과의 핵 운용 협정, 핵탄두 보관 및 유지보수 방식, 국내 반핵 여론 대응 등의 정치적·재정적 부담도 동시에 안고 가야 한다. 특히 B61-12는 미군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영국 내 미군 시설 확장이나 독자 운용 가능성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2030년대 초까지 F-35A의 완전작전능력(FOC)을 확보할 것”이라며, “어떠한 위협 상황에서도 자국 영토와 동맹국을 지킬 핵반격 역량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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