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없던 시절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그 시절이 남긴 감각은 오래도록 삶에 남아 어떤 생각과 태도를 만든다.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가두기도 한다. 가난을 경험해본 사람은 매일 아주 비슷한 생각을 되뇌며 하루를 버틴다.

1. “혹시 또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
한 번 무너져본 사람은 다시 올라서도 불안하다. 지금 가진 것이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족해도 안심하지 못하고, 자꾸 더 움켜쥐려 한다.

2. “내가 이걸 사도 될까?”라는 죄책감
돈을 쓰는 순간 기쁨보다 죄책감이 앞선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사치를 부릴 수 있지만, 가난을 겪은 사람은 지출 앞에서 망설인다. ‘이 돈이면 며칠을 버틸 수 있었는데’ 하는 과거의 셈법이 남아 있다.

3. “내가 지금도 가난해 보이진 않을까?”라는 경계
옷차림, 말투, 집의 인테리어까지 모든 게 ‘티가 날까 봐’ 신경 쓰인다. 누군가 가난을 알아채기라도 할까 봐 스스로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보완하려 한다. 가난했던 시절의 시선과 수치심이 아직도 작동한다.

4. “나는 아직 멀었어”라는 자기검열
무언가를 이뤘어도 마음속에서 늘 자신을 깎아내린다. 부족했던 시절이 기준이 되어, 늘 현재를 박하게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가난을 겪은 사람은 현실보다 더 가난한 마음속에 살 때가 많다. 하지만 기억은 지혜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과거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넘어서는 자기 인식이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두려움보다, 자신의 삶을 믿는 용기가 더 멀리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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