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선에서 ‘드론 모함’으로 변신
2000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된 2만 t급 컨테이너선 ‘페라린’이 24년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드론 항공모함 ‘샤히드 바게리(C110-4)’로 재탄생했다.
상선이었던 선체는 기존 거주구와 기관부를 남긴 채 상판을 모두 제거하고, 좌현(船體 왼쪽)을 따라 길이 180 m 스키점프식 활주로·헬기 갑판을 증설해 무인기 이착함이 가능한 전투 플랫폼으로 개조됐다.

한국산 선박, 이란 해군의 ‘이동식 기지’가 되다
국제선박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페라린은 길이 240 m, 총톤수 36,000 t급으로 설계수명이 25 년에 이르는 표준 컨테이너선이었다.
이란은 미국 제재로 새 군함을 수입·건조하기 어려워지자 “튼튼한 한국 선체가 기초공사가 잘 돼 있다”며 퇴역 직전 상태의 상선을 매입, 군용 드론 모함으로 개조했다. IRGC는 바게리가 22노트(시속 40 km)의 순항 속도를 유지하며 2만 2000해리(약 4만 km) 원해 작전을 보급 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키점프 갑판·60대 드론·미사일까지
바게리는 사출기가 없는 대신 중국 · 인도 초기 항모와 유사한 스키점프식 활주로를 채택해 무인기에 필요한 이륙 속도를 확보한다.
최대 60대의 드론(샤헤드-136·아바빌-3·모하제르-6 등)과 벨 412·Mi-17 헬기, 고속정 30척, 심지어 수중 드론까지 동시에 적재할 수 있어 정찰·전자전·자폭 공격을 단계별로 수행할 수 있다. 선체 외곽에는 30 mm 함포·20 mm 기관포·대함 미사일 및 CIWS가 설치돼 자위 화력을 보강했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레이다 반사면적이 커서 장거리 대함 미사일의 좋은 표적”이라며 생존성에 물음표를 붙인다.

제재의 역설, ‘개조 해군’ 전략 가속
미·유럽의 제재가 계속되자 이란 해군은 “있는 배를 바꾸면 제재 명단에 새로 오르지 않는다”는 계산으로 중고 상선을 잇달아 군사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바게리 이전에도 컨테이너선 ‘반다르 아바스’를 드론·미사일 플랫폼인 ‘샤히드 마흐다비’로 개조했으며, 원유 운반선을 헬기 모함·미사일 기지로 바꾼 선례가 있다. 이른바 ‘플로팅 아틀라스(떠다니는 전진기지)’ 전략은 저비용으로 파견 해역을 넓히는 대안이지만, 노후 선체 피로·대공 방어 부재·탄약 적재 안전성은 잠재 리스크로 지적된다.

동아시아-중동을 잇는 파장과 교훈
한국산 선박이 중동 최대 ‘드론 모함’으로 등장하자 국내 방산·조선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법적으로 상업용 선박 수출 뒤 제3국 군사 전용을 직접 막을 방법은 없으나, “노후 선박이 군사용으로 재활용될 가능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반면 군사 전문가들은 저비용 모함 + 대량 드론이라는 조합이 대함 미사일 포화·대공 방어망 과부하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해군 역시 드론 탐지 레이다·소프트킬 전자전 체계·근접방어 레이저
결국 바게리의 취역은 “제재 아래에서도 창의적 비대칭 전력을 키우려는 이란의 의지”이자, 드론 · 무인체계 전성시대에 접어든 글로벌 해상전의 새로운 변수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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