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이지 않는 ‘천리행군’ 명성의 기원
천리행군(千里行軍)은 1972년부터 육군 특수전사령부, 즉 특전사에서만 시행되는 대표적인 극한 훈련이다. 총 8박 9일 동안 약 400km를 걷는 이 훈련은 단순한 장거리 이동이 아닌, 야간 중심 전술행군과 산악지형을 포함한 극한의 체력 소모를 유도하는 고난도 프로그램이다.
행군 구간은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난 고지대와 임도로 구성되며, 참여자들은 하루에 40~50km씩을 걷고 마지막 날에는 무박으로 100km를 완주한다. 이 훈련은 특전사 병사들에게 정신력과 체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도록 설계되어, 실전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전투력을 검증하는 전통이자 상징이 되었다.

UDT와는 다른 차원의 훈련 강도
해군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도 고강도 훈련으로 유명하지만, 훈련의 성격은 특전사 천리행군과 확연히 다르다. UDT는 해상 침투 및 수중 작전 위주로 단기간 고강도를 지향하며, 체력보다는 기술과 순발력 중심의 훈련이 많다.
반면 천리행군은 장기 체력 유지, 정신적 인내력, 야간 전술 감각이 동시에 요구된다. 산악지형에서의 야간 이동,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력 등 실제 작전 상황을 고려한 종합 훈련으로, 그 강도와 지속성 측면에서 UDT보다 더욱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참여자들이 전하는 현장 실태
천리행군을 직접 완주한 병사들의 증언은 이 훈련의 강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훈련 기간 동안 극심한 근육통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진통제나 파스에 의존해 버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박 100km 구간은 육체적 피로의 정점을 찍는 구간으로, 탈락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이기도 하다.
8일차 이후 체중이 평균 5~6kg 줄어들며, 걷는 도중에는 환각이나 극심한 탈수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일부 부대에서는 응급차를 후방에 대기시켜 심각한 탈진자에게 긴급 조치를 취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한 병사들은 이후 평생 잊지 못할 전우애와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훈련 중 제공되는 특별 보급
고강도 훈련 중에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보급이 이뤄진다. 피자, 라면, 떡, 초콜릿 등 고칼로리 간식들이 제공되며, 간부나 위문 단체가 준비한 간이식이 힘든 행군 중 한 줄기 위안이 된다.
다만 이러한 보급은 체중 감소를 막기엔 부족하며, 대부분의 병사들은 행군 후 심각한 탈수 및 피로 누적으로 병원 치료나 장기 휴식이 필요하다. 보급은 ‘격려’의 성격이 강하며, 훈련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덜어주지는 못한다.

마지막 순간의 자부심, 공식 환영식
천리행군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는 부대 지휘관, 군사령부 간부들이 나와 병사들을 환영한다. 공식 행사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훈련 내내 극한 상황을 견딘 병사들에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는다.
완주자는 명단에 기록되며, 향후 부대 내에서도 강한 정신력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손꼽히는 만큼, 천리행군은 단순한 훈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우애와 군인정신을 완성하는 과정
천리행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육체적 한계 돌파를 넘어선다. 함께 걷고, 넘어진 동료를 부축하고, 밤을 새우며 서로 격려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전우애는 강한 유대감을 남긴다.
실제 완주자들은 천리행군을 통해 자신감과 동료애를 동시에 얻었으며, 이는 이후 작전 수행과 군 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전한다. 훈련 중 발생하는 인간적 연대는 특전사 정신을 체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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